연기금투자풀, 기준 맞출 '경쟁자'가 없다
규모의 경제에 밀려 경쟁체제 도입 의미 없어져···운용성과 저하 우려도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1일 15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1년 8월 말 기준 연기금투자풀 성과개요. 출처=연기금투자풀


[팍스넷뉴스 김승현 기자] 최근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에서 삼성자산운용이 '무혈입성'하는 그림이 그려지면서, 기금 내 경쟁구조 부재에 따른 운용성과 저하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연기금투자풀은 복수운용 제도를 도입해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등 운용성과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가 소수에 불과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4일 기획재정부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하고 삼성자산운용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선정은 올해 말 삼성운용의 주간운용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치러진 재선정 심사로, 삼성운용과 KB자산운용 두 곳이 참여했다. 그러나 KB운용은 협상대상기준에 미달하면서, 삼성운용이 단독으로 협상대상에 올랐다.


연기금투자풀은 국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매번 주간운용사 재선정은 시장의 주요 이슈다. 매년 선정시기 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결과에 대한 전망은 늘 심드렁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운용이 주간운용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입찰 참가를 희망하는 신규 회사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층 높아진 연기금투자풀 심사기준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후보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실제로 이번 입찰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기존 도전자들이 모두 불참했다. 높아진 경쟁 문턱에 운용사들이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유일한 행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올해 초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선정됐다. 당시 미래에셋은 성과보수 2.9bp(1bp=0.01%)와 운용인력 30명을 제시했다. 기존 연기금투자풀 주간사의 수수료율이 전제 운용액의 3.7bp 수준인 데 비해 훨씬 낮은 보수를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운용인력 또한 기존 주간운용사의 운용인력보다 약 10명이나 많은 인력을 투입할 것을 제안했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미래에셋운용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가져가면서, 하반기 재선정 심사를 앞둔 삼성운용도 전담인력 충원에 나서야 했다. 삼성운용이나 미래운용과 같은 대형사를 제외하고 중소형 운용사에게는 낮아지는 운용보수로 수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커다란 부담이다. 뛰어난 운용 전략을 제시하기 이전에 대형사 수준의 외형을 갖추지 않고는 출발선에 다가가기도 힘든 실정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을 놓고 삼성운용과 경쟁하려면 앞서 미래운용이 제시한 수준의 조건이 필요하지만, 중소형사에게 현실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는 사업도 아닌 다, 만약 무리해서 도전했다 실패하면 다음 재선정까지 4년 동안 조직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면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2021회계연도 기금평가지침에 사회적 가치평가 관련 ESG 항목을 추가했다. 운용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 기금운용기관들은 가점 확보를 위해 ESG 상품 편입, 조직구성 등 조건 충족을 위해 움직이게 된 것이다. 연기금투자풀도 예외는 아니다. 주간운용사 평가 시에는 0.1점으로도 순위가 갈리는 만큼, 가점 1점을 얻기 위해선 해당 조건 충족이 필수다.


이러한 상황 탓에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간의 경쟁 구조가 흐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운용성과에 대한 긴장감도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연기금투자풀은 기금운용평가, 주간운용사 경쟁 체제 도입 등으로 운용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이 연기금투자풀 자금을 나눠 운용하는 것도 서로 견제하면서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다.


이에 대해 OCIO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 입장에서도 경쟁체제 확보를 위한 고민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연기금투자풀 외에도 공적, 민간 OCIO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 사업자들이 대안을 찾아 떠나는 상황인 만큼 실질적인 해결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OCIO 시장은 100조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퇴직연금 시장 개방 등에 힘입어 향후 1000조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OCIO 사업자들이 연기금투자풀 외에 다른 기금을 노리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연기금투자풀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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