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돌 맞는 국내 ETF, 질적 도약 기대
미국 이어 세계 두 번째 탄소배출권 ETF 출시… 글로벌 트렌드 주도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6일 0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범찬희 기자] 간접투자기구인 펀드에 직접투자 방식을 결합시킨다는 아이디어의 등장은 지난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닐스 하칸손(Nils H. Hakansson)이라는 사람이 저술한 논문인 '파워 펀드 구매하기-새로운 종류의 금융중개자'(The Purchasing Power Fund: A New Kind of Financial Intermediary)에 세계 최초로 '인덱스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거래한다'는 개념이 실렸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ETF(상장지수펀드)가 금융상품으로 개발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닐스 하칸손의 논문이 나온지 14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 상장된 TIPS(Toronto 35 Index Participation Units)가 '세계 1호' ETF로 기록돼 있다. 이로부터 3년 뒤 미국에서 'SPDR S&P500'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ETF의 글로벌화가 이뤄졌다. 1998년 홍콩증권거래소에 'TraHK'가 상장한 것을 계기로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도 속속 상륙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삼성자산운용이 'KODEX200'을 선보이면서 ETF 포문이 열렸다.


국내에서 ETF가 시작부터 인기를 끌었던 건 아니다. 도입 초기에는 주식 보다 낮은 기대수익률로 인해 금융투자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인버스, 레버리지 등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ETF를 통해서도 고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나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KODEX200이 출시된 지 9년 만에 ETF 종목수가 100개를 돌파했으며, AUM(총자산규모)은 9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10조원에 다다랐다.



이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ETF는 국내 증시의 중요한 한 축을 맡게 된 것은 물론 여느 금융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시장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이 기간 ETF 종목수는 5배가 증가해 500종을 넘어섰으며, AUM은 6배 이상 늘어 60조원을 돌파했다. 종목수 기준으로 글로벌 7위(아시아 2위), AUM 기준으로는 11위(아시아 4위)에 해당되는 규모다. ETF만 놓고 보면 일각에서 회자되고 있는 '한국=금융문맹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어려워 보인다.


'양적 팽창은 질적 변화를 불러 온다'고 했던가. 세상에 나온지 20년인 약관을 앞두고 있는 국내 ETF 산업은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는 테마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 자산운용사 3곳이 약속이나 한 듯 탄소배출권 ETF 4종을 동시에 선보이면서 한국은 세계 두 번째 탄소배출권 ETF 보유국이 됐다. 이전까지 지구상에서 탄소배출권 ETF는 미국의 KRBN(KraneShares Global Carbon ETF)이 유일했다. 이외에도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 기후변화 ETF가 연말 줄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어엿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 'ETF 선진국'이라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한국 ETF의 아버지'라 불리는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이 내놓은 시장 전망은 이러한 기대감을 높인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내 ETF 시장 규모가 15년 내로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배 부사장의 전망대로 내년이면 '성년'이 되는 ETF 산업이 국내 자본시장의 질적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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