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김포장릉 "아무리 봐도 아파트는 보이지 않았다"
실제 경관 훼손 정도 경미해…아파트 수분양자 "문화재청 원망스러워"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1일 13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포 장릉 전경. 사진=김호연 기자


[팍스넷뉴스 김호연 기자] 김포 장릉 인근의 '무허가 아파트' 개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 아파트 3곳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해당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해당 아파트의 예비 입주자들은 일반인들에게 잘 보이지도 않는 장릉의 경관을 아파트가 훼손한다는 이유로 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며 원통함을 터뜨리고 있다. 뒤늦게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문화재청에 대해서도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팍스넷뉴스는 김포 장릉과 그 인근에 건설 중인 신축 아파트 단지를 8일 방문했다. 문득 장릉에서 해당 아파트를 바라본 실제 경관이 어떤 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을 통해 접한 사진 속 아파트들은 장릉의 남쪽 일직선상에 놓인 계양산을 완벽히 가리고 있었다. 대부분은 봉분의 위쪽 또는 뒤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였다. 일반인이었다면 왕릉에 그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김포 장릉 정자각 좌측에서 바라본 검단 신도시. 사진=김호연 기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오후였다. 장릉의 입구는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가려져 있었다. 구불구불한 소나무 길과 연못을 지나자 제실과 홍살문이 나왔다. 어로를 통해 언덕을 오르자 정자각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이쯤이면 되겠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자각에선 아파트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광건영의 '대광로제비앙 아파트'와 금성백조의 '예미지트리플에듀 아파트'로 추정되는 아파트가 지붕만 살짝 내비치고 있을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자각의 주춧돌에 발 뒤꿈치를 대고 까치발을 세웠다. 나름 길다고 자부하는 팔을 최대한 높이 뻗어봤지만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모습엔 차이가 없었다.


김포 장릉 정자각 좌측에서 바라본 검단 신도시. 사진=김호연 기자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릉 인근 아파트 3곳은 김포 장릉이 가진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 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해야 하는 게 맞다"며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이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동의 인원이 2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정부의 담당 부처는 청원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청원인이 강력하게 문화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한 아파트는 일반인의 키와 권한으로는 볼 수 없었다.


차를 몰아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단지 전체가 공사중단 처분을 받은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현장은 작업자와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예미지트리플에듀 아파트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지만 공사가 중단된 105·106·107 3개동은 인적 없이 조용했다. 유일하게 공사 재개를 허락 받은 대방건설의 '대방노블랜드 아파트'만 차량과 사람이 오가는 모습이었다.


문이 닫혀 있는 검단 신도시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현장. 사진=김호연 기자


문화재청은 지난달 6일 세 아파트 단지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사 중단 처분을 내렸다. 지난 8월 첫 번째 공사 중단 처분 이후 두 번째 중지 명령이다. 문화재청은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해당 부지를 건설 3사에게 넘긴 인천도시공사는 2014년 이미 문화재 주변 환경을 직·간접적으로 변경해도 된다는 현상변경 심의를 통과했다고 설명한다. 인허가기관인 인천도시공사도 문화재청으로부터 2017년 변경된 사항을 제대로 전달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의 정상적인 고시가 있었다면 이런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미지 아파트 남쪽 '검단금호어울림센트럴 아파트' 인근을 지나던 A씨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공사 중지 명령 처분을 받은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A씨는 "가끔 이곳에 들러 아파트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확인하는 게 우리 가족의 낙이었다"며 "10살이 갓 넘은 자식들은 스마트폰으로 자기 방에 어떤 가구를 놓을지 고르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젠 아이들에게 이사를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내년 6월 입주 시기에 맞춰 집을 처분하기로 계약하거나 전세집을 나가기로 한 사람들도 많다"며 "지금까지 아파트 건설을 내버려둔 문화재청 때문에 수천명이 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입주 예정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문화재청은 오는 11일까지 건설사들에 개선책을 내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르면 다음주 초 재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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