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본질은 어디로…
높은 문턱에 상장 준비 철회 바이오기업 속출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2일 14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새미 기자] "애초에 매출이 잘 나오는 바이오기업이면 뭐하러 굳이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하고, 기술성 평가를 받겠습니까?"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강한 어조로 이 같이 말했다. 최근 기술성평가와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상장 준비를 접은 바이오기업이 적지 않다. 지난 2월 디앤디파마텍을 시작으로 셀비온, 엔지노믹스, 노보믹스 등이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려면 필수 관문인 기술성평가부터 고꾸라지는 바이오기업들도 생겼다. 피노바이오, 스탠다임 등의 기평 탈락 소식은 업계 관계자들을 술렁이게 했다. 거래소가 올 초부터 기평 항목을 강화하면서 기평의 문턱부터 부쩍 높아졌다는 평이다.


거래소는 올해 1월1일부터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 항목을 강화했다. 기술평가 항목이 기존 기술성 4개, 사업성 2개에서 기술성 3개, 사업성 3개로 조정된 것은 물론, 평가 내용은 26개에서 35개로 늘어났다. 한 마디로 실적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기업을 선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직 수익모델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바이오기업의 경우 기평을 통과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바이오기업들이 기평 도전 자체를 미루거나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시장을 관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래소가 이처럼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이유는 알 만하다. 이미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기업들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인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는 임상 실패 이후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겨우 회피했고, 신라젠도 지난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문제는 상장을 준비 중인 대부분의 바이오기업들이 만년 적자 상태인 곳이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상장사인 바이오기업들조차 적자가 종종 발생하고, 미미한 매출이 이어지는 곳들이 부지기수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은 특례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부랴부랴 매출액 등을 맞추기 위한 신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술특례상장 덕에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도 드물지만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19년 창립 이래 14년 만에 첫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잇단 기술수출의 성과가 뒤늦게 꽃피기 시작한 덕이다. 현재 레고켐바이오는 국내외 기술이전을 10건 이뤄내면서 탄탄대로에 올라선 상태다. 지난해 말 가까스로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 벗어난 펩트론도 올 3월 6161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올해 최대 매출 경신을 기록할 전망이며, 당분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게 됐다.


본래 기술특례상장은 당장 수익성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덕분에 장기간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매출이 창출되기까지 인내해야 했던 바이오기업들이 기술특례를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기술특례상장과 기평의 본질은 결국 기술성에 집중하는 게 아닐까. 기술성보다 실적에 집착해 대기만성형 바이오기업들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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