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신원 기자] 미국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 등 보험사업부문을 미국 처브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 라이나생명이 처브라이프생명(舊 에이스생명)과 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과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라이나생명이 처브라이프생명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이 처브그룹에 라이나생명을 비롯한 뉴질랜드, 홍콩,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과 터키의 합작회사 등 7개국 보험사업을 57억50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업계는 이번 매각의 핵심은 한국 라이나생명으로, 이번 인수금액 중 한국 라이나생명의 몸값이 약 6조원으로 추정된다. 

매각 이후 라이나생명은 처브그룹 내 생보사인 처브라이프생명과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처브그룹은 미국 최대 보험사로 국내에서는 에이스손해보험과 처브라이프생명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와 실적이 앞서는 라이나생명이 처브라이프를 품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규모를 살펴보면, 한국 라이나생명의 올해 상반기 기준 총 자산은 5조2594억원으로 처브라이프생명(1조8589억원)보다 약 3배 가량 크다. 또한 라이나생명은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국내 생보사 빅4 중 하나이지만, 처브라이프생명은 적자 기업이다. 

실제로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35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65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수익성은 빅4 생보사 가운데 가장 좋다. 올 상반기 라이나생명의 자기자본 대비 수익률(ROE)은 2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생보사 빅3의 ROE는 4% 수준으로 라이나생명이 5배 더 높다. 

반면 처브라이프생명은 2004년부터 십수년째 연간 200억원 내외의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6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1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라이나생명이 처브라이프생명과 흡수합병을 해도 큰 이득을 얻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나생명이 자산 규모만 보면 중소형사이지만, 생보사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좋은 알짜 회사"라며 "만년 적자에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처브라이프생명과 합병하는 게 좋은 방안인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이와 관련해서 라이나생명 측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 방식과 합병 여부 등은 본사인 시그나그룹과 처브라이프생명 사이의 딜이라는 게 라이나생명 측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매각을 앞두고 라이나생명 내부에선 벌써부터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라이나생명 직원들의 집단 대응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라이나생명 임원 40명은 성명서를 내고 "우리 직원들이 이번 거래로 인해 지금까지 이룩한 경이적인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한다면 절대로 이를 좌시할 수 없고, 최선의 노력으로 이를 보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 임직원들에게 매각 관련 보너스로 임직원 월급에 400%를 지급하고, 매각 1년 뒤 추가로 200%를 지급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직원들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성명서에서도 "이번 인수합병 보너스에 대해 직원들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