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펀드, 차별성 없는 투자
⑤'4대 운용사 PDF 들여다보니'… 삼전‧하이닉스 등 대기업 일색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8일 17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전 세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기업들은 서둘러 ESG경영을 도입하고 금융투자업계는 투자 방침에 비재무적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ESG 움직임 중 팍스넷뉴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자산운용업계의 ESG 투자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팍스넷뉴스 범찬희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탄소효율', '좋은기업' 등 저마다 차별화 된 네이밍(naming)으로 투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실상은 대기업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까닭이다.


18일 기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초까지 ESG 펀드에 3조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자산군 별로 보면 주식형 ESG 펀드에 약 92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몰렸으며, 채권형 ESG 펀드에 2조1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한 '탄소중립'을 테마로 한 펀드가 ESG 자금 유입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월 '탄소효율그린뉴딜'을 표방한 ETF(상장지수펀드) 4종이 동시 상장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가 4종이 증시에 입성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 'ESG 펀드가 전성시대를 맞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ESG 펀드가 내실 있게 성장하고 있는가에 관한 물음에는 유보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ESG 펀드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주식형 펀드와 동일 상품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종목 구성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IT 플랫폼 대장주인 네이버, 카카오가 ESG 펀드의 단골 투자처다. 또한 국내 완성차 업계를 선도하는 현대차, 기아차 외에도 삼성SDI, LG화학 등 정상급 대기업들이 PDF(자산구성내역)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1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을 대표하는 ESG 펀드인 '삼성KODEX MSCI ESG유니버설'(2018년 2월 설정)의 경우 삼성전자(21.35%), SK하이닉스(6.85%), 네이버(4.95%), 카카오(4.83%), 삼성SDI(4.02%)가 종목 '탑5'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월 선보인 '삼성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은 삼성전자의 종목 비중이 26.74%에 이른다. 해당 펀드는 삼성KODEX MSCI ESG유니버설과 마찬가지로 LG화학, 네이버, 삼성SDI, SK하이닉스 등 산업별 대기업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다만 삼성 KODEX탄소효율그린뉴딜은 운용 초기인 탓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반면, 삼성KODEX MSCI ESG유니버설은 32.34%의 초과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사운용의 'TIGER 탄소효율그린뉴딜'은 '삼성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과 동일 상품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닮았다. 삼성전자, LG화학, 네이버, 삼성SDI, SK하이닉스 순으로 종목 우선순위도 같다. 이는 한화자산운용의 '한화 ARIRANG 탄소효율 ETF' 역시 마찬가지다.


157.7%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미래에셋 좋은기업 ESG'은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업체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네이버, SK하이닉스 등의 의존도가 높다. KB자산운용의 간판 ESG 펀드 역할을 하고 있는 'KBSTAR ESG사회적책임투자 ETF'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35%에 달한다.


이와 관련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본부장은 "ESG 평가 요소에 재무적인 부분까지 결합돼 있다 보니 대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ESG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무관심을 불러오기 쉬운 만큼 운용사들은 차별화 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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