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대장동에 출몰한 레밍
대장동 스캔들을 보는 다른 시선…사실 관계 파악이 먼저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9일 09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산업2부장] 한때 레밍현상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서식하는 '레밍'이라는 야생 쥐가 개체 수 조절을 위해(천적들의 공격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집단으로 절벽에 뛰어드는 것을 가리키는 현상이다. 흔히 한국인들이 특정 이슈가 터졌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는 경향을 말한다. 한국인들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단어인데 최근 불현 듯이 레밍현상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 나타났다.


판교 대장동 이슈는 일반인들에게 지극히 민감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놓고 유력 대선주자와 야당의 국회의원, 법조인, 언론인들이 얽히면서 호사가들이 좋아할만한 모든 얘기를 품고 있다. 이와 관련한 수많은 기사와 소문, 억측, 설익은 분석, 전문가인 척하는 이들의 그럴싸한 설명 등이 얽히면서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자본시장 관점에서 봤을 때 전혀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닌 점이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돌팔매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우선 대다수 여론이 민간업자(화천대유)와 성남시가 결탁해 사업 이익을 나눠먹은 것처럼 그리고 있는 부분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 산하의 공기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성남시가 보유한 토지를 성남시를 대신해 민간에 공급하고 개발을 유도하는 곳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온갖 투기세력이 들러붙어 잡음이 많았던 판교 대장지구 개발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특이하게도 개발이익 5000억원 환수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만 이익을 본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화천대유 입장에서는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5000억원을 떠안은 셈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5000억원이라는 돈은 개발사업을 2~3건 연속으로 성공시켜야 손에 넣을 수 있는 이익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화천대유에 토지를 넘겨주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사업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고 5000억원을 챙긴 것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 같은 행보는 '리스크와 수익은 정비례한다'는 자본시장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개발이익을 회수한 것이다. 적어도 화천대유와 결탁한 정황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이후에는 자본시장의 원칙이 어느정도 지켜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업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화천대유는 예상과 달리 분양에 성공하며 수천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화천대유에게 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회수할 안전장치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현실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이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00억원을 가져간 상황에서 초과이익마저 가져간다면 그 어떤 사업자가 나설 수 있겠나.


또 하나, 일반인들이 간과하는 지점은 화천대유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분양을 시작하던 시기다. 2017~2018년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금과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2016년 12월말 5만6513가구, 2017년 12월말 5만8838가구에 달했다. 당시 판교 대장지구 역시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블록에서 상당 규모의 미분양이 발생했고 이 같은 현상이 분양 이후 1년간 이어졌다.


솔직히 말해 당시 판교 대장이 지금처럼 누구나 선호하는 지역도 아니었다. 판교라는 지명이 붙은 이유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로 판교로 연결되는 도로조차 없었다. 서판교터널은 아파트 분양 이후인 2020년 개통 예정이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수단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판교 대장지구의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수분양자가 수두룩할 정도였다.


판교 대장지구의 미분양이 사라진 것은 이 지역의 주거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반면, 공급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자 투자자들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다. 2018년까지 6만에 육박하던 미분양 가구는 2019년 4만7797에 이어 2020년 1만9005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1만5198가구다. 화천대유는 미분양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분양대금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수천억원의 PF대출 원리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빠졌다.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지적은 화천대유가 벌어들인 이익을 여러 법조인과 국회의원의 자식들이 나눠 가졌는데 이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당시 성남시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판교 대장의 토지를 보유했지만 이를 합법적인 계약을 통해 화천대유에 넘겼다. 누차 얘기한 것처럼 토지매각 대금뿐만 아니라 추후 개발이익 5000억원을 회수하겠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다.


즉, 이후 화천대유가 넘겨받은 땅에 아파트를 개발하고 공급해 발생하는 이익은 전적으로 화천대유의 몫이 된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그 소유권이 마트에서 소비자에게 넘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화천대유가 직원과 주주들에게 성과급 잔치를 하던, 거액을 배당금을 주던, 이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시장이 관여할 바도 아니고 관여할 권리도 없다. 이건 논쟁의 여지조차 없는 사안이다.


남들이 모두 손가락질을 한다고 휩쓸릴 것이 아니다. 이성적으로 사실 관계를 다시 한번 따져보자. 지금은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거짓을 키우고 있는 레밍현상을 경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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