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를 외치고 싶다
대출규제·호가 끌어올리기 등 게임 난이도 '극상'…매수자만 '허덕'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9일 14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진후 기자] 오히려 어린 시절은 오징어게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우리 동네에서 흔히 행해지던 놀이도 아니었고 하는 친구도 전무했다. 골목 문화가 없던 세대에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TV에서 비춰지는 오징어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룰을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 격렬함에 덜컥 겁이 나곤 했다.


지나고 보니 룰은 간단했다. 오징어 모양의 금을 긋고 수비 팀은 모양 안쪽에서, 공격 팀은 모양 바깥에서 서로를 견제한다. 단 공격 팀은 선 밖에서 깨금발로 걸어야 하는 규칙이 주어진다. 대신 수비선을 뚫고 오징어의 허리를 가로지르면 '암행어사'를 외치고 두 발로 걸어 다닐 자유를 획득한다. 자유는 곧 승패로 이어지고 별 뜻 없는 외침은 해방감을 선사한다.


별안간 한국 콘텐츠 명예의 전당인 '두유노' 클럽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합류했다. 94개국 1위 등 흥행에 성공하며 전 세계적인 사회현상으로까지 떠올랐다. 경제적 양극화와 계층 간 대립, 그 저변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 등 드라마의 통찰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정신을 관통했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잔인한 현실이 더욱 부각된 듯 하다.


이중 눈길을 잡아끈 것은 단연 오징어게임이었다. 예의 오징어모양은 조악하고 우스꽝스러운 빗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실은 승패를 넘어, 생과 사를 가르는 날카로운 경계로 기능하고 있다. 이 금을 넘어 상대의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내가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계선.



현재의 부동산 시장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선을 두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벌이는 눈치게임, 경계 밖 절벽에 선 매수희망자의 절박함 등. 공격과 수비가 끝없이 순환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투쟁은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선점하려는 욕망에 의해 작동한다. 선점하지 않으면 영영 도태되기에 '영끌'이라는 고육지책이 횡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룰을 추가하며 게임의 난이도를 극상으로 끌어올렸다. 파격적인 대출규제로 주택 수요 자체를 줄이려 시도했다. 실제로는 매물이 귀해져 시장이 더욱 달아올랐다. 높아진 전세가도 문제고 전세대출 승인이 거절되거나 청약 당첨자들이 중도금 대출을 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거안전이라는 당초 목표와 딴판인 결과가 눈앞에 있다.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해 디폴트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명목과 달리 실제론 선의의 피해자들만 양산된 셈이다. 뒤늦게 대통령이 나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재정비하라 주문했다. 반면 일선 은행에선 수익성 떨어지는 전세대출 상품에 굳이 재원을 할애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후문이다.


매도자들의 과욕은 불을 키웠다. 작년 2월부터 9월까지 20개월간 이뤄진 부동산실거래 등록 사례 중 추후 거래를 취소한 건수가 19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량의 6%에 해당하는 규모다. 말이 6%지 아파트 대장주 하나가 높아지면 그 일대가 다 같이 높아지는 수순이다. 높은 호가로 시세를 형성한 뒤 매물을 빼버리는 허위매물이자 시장 교란행위다. 실제로 부동산중개소를 가보면 종전 호가보다 1억원 이상 가파르게 오른 곳이 허다하다.


결혼을 희망하고 셋방을 구하려던 기자에게 현 시장은 오징어게임에 다름 아니다. 빗금은 "선에 제때 들어오지 못하면 넌 낙오자에 불과하다"고 심판한다. 그 엄격함에 어릴 적 TV를 보며 느꼈던 두려움이 솟구친다. 가끔 투쟁의 바깥을 상상해보지만 그건 뭐 쉬운가. 룰을 이렇게 설계한 주최자를 비난하는 것도 무용하다. 그저 암행어사를 외치고 깨금발에서 해방될 정도로만, 하고 소박한 희망만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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