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vs 민간' 공공클라우드 정책 어느 방향으로
정부 "54%는 정부 직영 센터로 이전"…민간 "껍데기 클라우드" 비판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0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노우진 기자] 정부와 민간이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 정책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공공 클라우드 관련 계획이다. 공공 클라우드 약 54%를 정부 직영 공공 클라우드 센터로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보안 등 이유로 클라우드 전환 불가 부분까지 합하면 민간 클라우드 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파이는 29.6%에 불과하다. 


국내외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제한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국내 클라우드 기업에 있어 성장의 발판이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행안부의 공공클라우드 관련 계획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만큼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장도 없다"며 "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가 잠식한 상황인데 공공클라우드 시장까지 정부기관이 파이를 가져가 버리면 민간 클라우드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고 갈등의 핵심을 설명했다. 


◆ 공공 클라우드 센터 무엇이 문제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행안부의 공공 클라우드 관련 계획이었다. 


앞서 행안부는 2025년까지 1만9개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며 기존 정부통합전산센터(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외에도 정부 직영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신규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직영 센터로 이전 예정인 비율은 54%에 육박한다.


국감 현장에서 윤영찬 의원은 정부의 공공 클라우드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행안부가 의도적으로 민간 클라우드 전환을 막고 있다"며 "SaaS(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공공에서 만들지 않는 한 정부 직영 공공 클라우드 센터는 사실상 전산실만 모아둔 껍데기 클라우드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가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aaS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말한다. 필요할 때 원하는 비용만 내면 설치 과정 없이 웹 상에서 저렴하게 소프트웨어를 빌려 쓸 수 있다. 일례로 기업들이 쓰는 웹 메일이나 게시판 서비스가 있다. 소프트웨어인 SaaS와 하드웨어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서버가 결합돼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뤄진다. 


기존 정부의 전산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바꾸는 이유는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SaaS를 활용해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같은 신기술을 공공 서비스에 쉽게 도입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SaaS 없이 단순 공공 클라우드 센터만 구축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공공 클라우드 전환 정책에는 민간이 손쉽게 공공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하지만 데이터만 모아둔 정부 주도 클라우드 센터 운용은 한계가 분명하다. 


여기에 정부가 공공 클라우드 센터 이용료를 민간 센터보다 20% 낮게 산정해 협업보다는 경쟁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기관인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민간에 비해 저렴한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선호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행안부 예산안에 따르면 행안부는 민간 클라우드 센터 이용료를 서버 당 1000만원, 공공 클라우드 센터 이용료를 800만원으로 각각 산정해 놓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는 민간 클라우드 센터를 이용했을 때 비용절감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다"며 "수요기관이 낮게 책정된 서비스 가격만 보고 저렴한 공공 클라우드 센터로 몰릴 것 같다. 하지만 SaaS 기반을 갖추지 못한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는 워드 프로세서와 엑셀이 없는 컴퓨터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 설 자리 원하는 민간 클라우드 기업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 입장에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국내 독자 인증인 정부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글로벌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은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발을 들이기 어렵다. 해외 사업자 참여가 어려운 만큼 국내 사업자들이 시장을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최고 기회요소다.  


현재 CSAP 인증을 획득하고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은 KT,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국내 9개 기업뿐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공공 및 교육기관 등에서는 민간 클라우드 전환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안부 계획에 따르면 절반 이상은 정부 직영으로 이전한다는 것인데 이를 민간 클라우드 기업에게 열어줘 경쟁할 수 있도록 하면 시장 활성화는 물론 서비스 고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해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한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있었던 코로나 백신 예약 시스템을 위한 협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코로나 백신 예약 시스템에 이용자가 몰리자 질병관리청 서버가 다운돼 여러 차례 접속 불가 상태가 됐다. 이때 민간 기업이 나서 백신 예약시스템 일부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겨 서버 불통 문제를 해결했다. 서버 부하가 큰 본인 인증이나 예약 대기 시스템 등을 민간 클라우드로 옮겨 원활한 이용을 도운 것. 당시 참여한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LG CNS, KT 등이었다. 


이와 같이 효율적인 협업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민간 클라우드 기업의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직영 센터를 운영하는 대신 국내 클라우드 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며 "시장이 성장하고 활발해져야 기업에서도 경쟁을 통해 기술을 더욱 갈고닦을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어 "네이버나 KT 등은 이미 입지가 확실하지만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소규모 클라우드 기업은 자리를 잡기 어렵다"며 "현재 네이버 등 대기업이 소규모 기업 상대로 CSAP 인증 취득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면 더욱 많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 선진 국가들은 민간이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보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방부까지도 모두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민간 기업 성장을 위해 규제도 완화하고 있으며 공공 영역으로 강제 이전을 추진하지도 않는다. 영국 역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상황을 인식한 정부가 새로운 개선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감 현장에서 윤 의원에게 질의를 받은 문용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은 "가급적이면 민간 클라우드 전환을 위해 행안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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