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다지기 집중할 때" 4대 평가기관 이구동성
⑬연기금 위탁사 목적 아닌 분야별 투자 전략 수립 조언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14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전 세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기업들은 서둘러 ESG경영을 도입하고 금융투자업계는 투자 방침에 비재무적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ESG 움직임 중 팍스넷뉴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자산운용업계의 ESG 투자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팍스넷뉴스 범찬희 기자] 국내 주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들은 "ESG 활동에 있어 운용사들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연기금의 자금을 위탁받기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 ESG 분야별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롱런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당부했다. 


기업들의 ESG 경영을 진단하는 데 있어 ESG 평가는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SG 평가기관이 도출한 결과를 토대로 인덱스 사업자들이 ESG 지수를 개발하고 운용사들은 관련 펀드를 설계하기 때문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ESG 평가기관으로는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 지속가능발전소 정도가 꼽힌다. 



평가기관별 특징을 보면, 2002년 설립된 KCGS는 한국거래소 산하 비영리단체로 2011년 부터 ESG 평가를 해오고 있다. 사업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기업공시와 미디어 자료를 토대로 900여개의 상장회사를 평가한다. 평가는 ESG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지를 살펴보는 '기본평가'와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높은 ESG 관련 이슈 발생 여부를 살펴보는 '심화평가'로 이뤄진다. 평가결과는 ▲KRX ESG Leaders 150 ▲KRX Governance Leaders 100 ▲KRX Eco Leaders 100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 ▲KRX KOSPI 200 ESG 등 한국거래소의 ESG 지수 종목구성에 활용된다. 또한 투자자들이 ESG 등급을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ESG 등급 마크를 부여한다.


2006년 문을 연 서스틴베스트는 ESG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자문을 하는 리서치 기관이다. 2007년 국내 최초로 ESGValue™라는 이름의 ESG 평가 모델을 개발해 상장 기업을 분석한다. ESGValue™는 친환경 특허, 온실가스 관리, 공정거래 프로그램, 노사관계 관리, 지역사회 투자, 이사회 구성과 활동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두루 살핀다. 1000개에 달하는 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평가하는 것 이외에 자산 규모별로 티어(Tier·단계)를 세분화해 그 결과를 제공한다.


한국ESG연구소는 대신경제연구소의 자회사로 지난 8월 별도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물적분할이 이뤄지기 전인 2017년에 ESG 평가 모델 'DiGEST'를 구축해 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국민연금 국내 주식·채권 ESG 평가 체계를 구축 및 개선했다. DiGEST 평가는 직접 수기조사(Hand collecting)를 원칙으로 기초조사→ 문항평가(정량)→ 기업평가(정성) → 지배구조 등급산정(정성) 순으로 이뤄진다. 학계나 연구기관 출신 뿐만 아니라 기업 재무전략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자본시장 종사자 출신이 대거 포진 돼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2013년 설립된 지속가능발전소는 아시아 최초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ESG 평가기관이다. 미국법인인 'Who's Good' 외에도 국내 유일의 신용정보사(CB)인 'ESG평가정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ESG 평가는 크게 성과분석(PA)과 사건사고분석(IA)으로 나눠 이뤄진다. 성과분석은 기업의 ESG 관련 전략과 정책 등에 기반해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서비스로 자동화 된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또 AI를 통해 매일 1만5000건의 기업 관련 사건사고를 모니터링 한다. 


이들 4개 평가기관은 국내 운용사들이 ESG 활동을 강화해 나가는 기조가 분명해 보인다면 서도, 공통적으로 투자 전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진수 KCGS 본부장은 "ESG펀드는 운용사의 기관자금 모집을 위한 수단에 그쳤기 때문에 ESG 펀드 운용 전문인력 부재 등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펀드 운용 전략도 ESG 우수종목을 편입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creening) 수준에 그치고 있어 향후 기관의 니즈를 충족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KCGS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평가에 주력해 온 만큼 윤 본부장은 ESG 중에서도 'G'(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배구조가 건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ESG활동을 할 때는 유의미한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지배구조가 건실할 때 ESG활동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좋은 성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스틴베스트의 고은해 리서치실장은 이와 의견을 달리했다. 사외이사 출석률이 100%에 이르고, 순환출자 구조도 해소된 기업들이 많은 만큼 'G' 부문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반면 'E'(환경) 분야는 정보 공개 의무가 없고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실장은 "ESG가 가장 발전한 북유럽 국가들의 등급을 '10'이라고 봤을 때 한국은 '3'정도 수준"이라며 "한국이 ESG 선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E 분야에 대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ESG연구소의 안상희 책임투자센터장은 운용사들이 비재무적인 ESG를 펀드 수익률이나 주가 등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센터장은 책임투자센터와 ESG센터로 기능이 분할 돼 있는 한국ESG연구소에서 책임투자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안 센터장은 "국내는 ESG 경영체계 구축이나 ESG를 반영한 투자전략 구축이 넓게 확산된 것이 아니다보니 비재무적 평가를 의결권 행사에 반영하는 움직임은 없다"며 "해외에는 ESG와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사례나 결과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의미한 시계열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ESG 평가에 대한 자체적인 기준과 투자전략을 가지고 연속성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속가능발전소 윤덕찬 대표는 ESG에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운용사를 포함한 금융업체들은 지속가능한 금융을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준수하며, 궁극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좌초자산이 될 화석연료 기반의 비즈니스 비중을 줄여 '넷제로'(Net-Zero‧온실가스 순배출 0)'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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