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삼성전자가 주춤했던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부문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계기로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 등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미국 현지 내 파운드리 공장 투자 등 각종 현안을 처리 하기 위해 출장 시기를 조율 중이다. 가장 유력한 시기는 오는 11일부터 24일까지 2주간으로 점쳐진다. 삼성물산 부당 합병 재판 출석 등을 고려하면, 해당 기간이 적기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마다 삼성물산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과 관련된 재판에 참석해왔다. 다만 다음주(18일)에 예정돼 있던 재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로 지연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오는 11일 이후 약 2주 가량 미국 출장길에 오를 시간을 번 셈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신분이지만 해외 출장에는 제약이 없다. 앞서 법무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대주주로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이달중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경우 작년 10월 네덜란드와 스위스, 베트남을 잇따라 방문한 이후 약 13개월 만에 현장경영에 나서게 된다. 이 부회장의 미국행은 삼성전자의 두 번째 파운드리 현지 공장부지 결정과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 점검 차원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파운드리 공장 투자는 삼성전자가 지난 5월 공식화한 후 6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왔다. 투자규모는 약 170억달러(20조원) 규모로, 텍사스주, 뉴욕주, 에리조나주 등에 속한 5개의 도시가 후보지로 손꼽힌다. 외신 등 현지 언론들은 텍사스주 내 윌리엄슨 카운티가 전기 및 수도 사정이 안정적이고 보조금 혜택이 있어 최종 공장 부지로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규 공장은 삼성전자의 해외 파운드리 전진기지로 기존 오스틴공장의 4배 규모로 점쳐진다. 해당 공장은 현재 로직 반도체 생산이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로직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같이 논리적인 연산을 수행하는 비메모리를 말한다.
미국 파운드리 투자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투자 확대에 신호탄으로 작용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 파운드리 투자와는 별개로 인수합병(M&A) 등 추가적인 자금 집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길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8월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향후 3년간 매년 60조원 가량 집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부문 자본적지출은 올해부터 30조원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향후 3년 간 반도체 부문에만 자본적지출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자본적지출의 상당 부분은 삼성 반도체 부문 미래먹거리인 비메모리가 유력하다. 주로 선단공정(미세공정) 조기 개발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는 선단공정 적기 개발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혁신제품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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