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우리가 통상 하는 우스갯소리중에 자기 일만 아니라면 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최고의 구경거리라는 말이 있다. 그 중에서도 싸움구경은 특히나 이기적인 인간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일 터다. 개인과 개인간 갈등이든 조직과 조직간 갈등이든 관련없는 남의 일이라면 결국 술안주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언론계에 종사하면서부터는 이같은 감정이 더욱 치졸해지는 느낌이다. 갈등 관계에 놓인 이해관계자들을 보면 기사화할 수 있는 소재로 치부하는 일상이 된 게 대표적이다. 부끄럽지만 취재라는 명목하에 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던 전적도 있다.

그런데 요즘 참으로 신기한 사례 하나가 있다. 국내 굴지의 두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간 갈등이다. 이들은 굳이 부추기지 않아도 당사자들끼리 치고받는 싸움, 흔히 남들 시선을 신경쓰지 않은 채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 서로 물어뜯고 할퀴는 '진흙탕 싸움'을 넘어 수천억에 달하는 금액을 청구하는 법적다툼까지 치달았다. 이젠 결과에 따라 기업 존폐까지 거론할수 있는 수위인만큼 '너죽고 나살자'식의 상황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게 됐다. 

이들 치킨기업의 논쟁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편의 코미디가 따로없다. 제대로 된 사실확인이 어렵거나 기사화하기 힘든 '에피소드'나 '야사'만 한 트럭이다.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속 지금까지 법적 다툼을 벌인 건수만 20건이 넘는다. 안타깝게도 서로의 비방과 견제 또한 낯 뜨겁기 짝이 없다. 이는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들이 진행중인 여러 재판 중 한 선고 공판에서 승소한 A기업 관계자는 패소한 B기업 관계자가 바로 옆에서 뻔히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들더러 "거봐요, 이겼잖아요. (애초부터)말도 안되는 것 가지고……. 뻔한 결과였다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 비록 법정내부는 아니었고 어찌보면 승자로서 당연한 외침일 수 있으나, 평소 정숙한 분위기를 요구하던 실내에서의 이같은 외침은 제3자 입장에서 민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요즘은 더 나아가 단순한 사업간 갈등을 넘어 서로의 기업 오너들까지 들먹이는 게 일상이 된 모양새다. 한쪽에서 기업 오너의 과오를 꺼내들면, 반대쪽에서 근거없는 사안을 왜 재판전에 꺼내들었느냐며 '삿대질'을 해대고, 또 다시 돌아와 잘못한 것은 분명하다며 소위 '장군멍군'하기 바쁘다.

이들 기업의 이름을 굳이 거론하고 싶지 않다. 이들의 시시비비를 논하고 싶지도 않다. 진실이 무엇이든 결과는 법원에서 나온다. 누가 이기고 지든 논쟁으로 악화된 여론은 차치하더라도 논쟁 이후의 후폭풍이 심히 걱정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디선가 남들의 싸움을 말리고자 하려면 나서지 말고 지켜보란 말을 들은 바 있다. 어설프게 말리려했다가 더 큰 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는데다, 중재하고자하는 사람입장에서 오지랖이라는 명목하에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지말고 제풀에 지치도록 지켜만 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 말 일터다. 그러나 이제와서 말이지만 이들 싸움을 말리지 않고 서로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 알아서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했던 게 참으로 안타깝다. 결국 기업의 존폐여부까지 논하는 끝장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하기도 하다. 늦은감이 있지만 그들의 진실되고 참된 화해를 재차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