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바이오벤처들이 있다. 이처럼 희망고문을 지속하는 바이오벤처들이 적지 않은 이유는 실제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 기술수출 규모는 1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성과는 지난 2018년 5조3706억원(13건), 2019년 8조5165억원(15건), 2020년 10조1488억원(14건)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기술수출 계약 건수가 28건으로 지난해의 2배로 늘었다. 다양한 바이오벤처들이 활약한 덕분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술수출 성과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시장에서도 기술수출 소식에 담담할 정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수출 성과를 낸 업체의 주가는 상한가에 도달하는 게 예사였다. 심지어 기술이전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도 주가가 들썩였었다. 최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는 이틀 연속(17일 4.17%, 18일 3.9%) 3~4% 오르는 데 그쳤다.

요즘 바이오 투자자들은 기술수출 계약의 총 규모뿐 아니라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upfront)의 규모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진다. 기술수출 이후 기술 반환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이전 계약 해지 사례가 이어지면서 7조8819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금액이 수포로 돌아간 사례를 학습한 덕분이다.

이런 와중에 해마다 "연내 기술이전 성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일부 바이오벤처들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신약후보물질의 연구개발(R&D)을 명목으로 종종 자금 조달을 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한 VC 대표는 "안 될 게 뻔한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을 계속 끌고 가면서 주주들에게 자금 수혈을 받는 곳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바이오벤처들에는 글로벌 기술수출만이 유일한 희망으로 남게 된다.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받기 위한 수단으로 기술이전을 위한 R&D만큼 그럴 듯한 명분도 드물 것이다. 기술이전이 공허한 외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다 영리한 R&D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술수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R&D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투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지 않는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한다면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업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모달리티(modality)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다. 임상이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을 중단하기보다는 임상 설계를 바꿔 임상에 재도전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임상에 실패하더라도 임상 재디자인을 하겠다고 하는 게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보다 가능성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연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올해도 이제 1개월 여밖에 남지 않았다. 연말에 기술수출 계약 체결 소식이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기술수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업체들의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