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원재연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신규 신용카드 가입을 중단하며 소비자금융 청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기존 대출 고객에 대한 조치는 아직까지도 답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차주입장에서는 현재 씨티은행이 검토중인 장기 상환 전환 방식과 대출 자산의 타행 매각 방식 모두 부담해야 할 금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1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26개 신용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이중 19개 신용카드는 이달을 기준으로 갱신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제휴해 발급하던 '카카오뱅크 씨티카드'의 신규가입 역시 1년만에 발행이 중단됐다. 

씨티은행측은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가입은 중단될 예정"이라며 "신규 중단 일자를 포함한 상세 내용은 빠른 시일 안에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휴 카드 신규 중단을 시작으로 씨티은행은 대출과 보험, 예적금등 신규 가입 중단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문제로 여겨졌던 '기존 대출 고객'에 대한 정리 방식은 아직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과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청산 중에서도 기존 대출고객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 새로운 대출의 경우에는 지난달 30일부터 대출비교 플랫폼인 토스, 핀크, 뱅크샐러드, 시럽, 마이뱅크, 카카오페이 등에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며 유입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존 대출 고객 정리 방안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가계대출금은 3분기 기준 12조 5387억원, 개인신용대출은 9조원 가량이며 개인별 최대 대출금액은 2억원에 달한다. 

현 차주 중 소비자금융부문 폐지 이전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대출자의 경우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갱신이 되지 않는 고객은 대출금을 한 번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도 있다. 

씨티은행 노조에 따르면 앞서 은행 측은 만기 도래 고객의 신용대출에 대해 단순 연장이 아닌 10년 등의 장기 원리금 상환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지난 11월 금감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노조 측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해당 이행안을 거부했으며, 이에 따라 은행 측은 현재 3년 연장이라는 후속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씨티은행측은 이와 관련해 "만기도래시 일시상환 등으로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씨티은행이 직접 대출채권을 떠안지 않게 될 경우, 가장 손쉬운 길은 대출 자산을 아예 다른 은행에 매각하는 쪽이다. 그러나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대출총량 규제와 시중금리 급등 등으로 타행에 매각을 진행하는 방법은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이를 타행이 인수할 경우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도 높아 차주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차주의 입장에서는 장기 원리금 상환 방식과 타행 인수 중 어느 방인이 선택돼도 이자비용은 결국 높아질 것일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앞서 금융위원회는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청산이 현행법상 별도 규정이 없어 은행법상 인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이와 관련해 "은행법 개정 실효성을 검토중"이라며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