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시공사 선정이 임박한 흑석9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하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의 내부 갈등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임 집행부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조합원들에게 현 조합 집행부 해임을 위한 주민 총회 소집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집행부 자리를 둘러싼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2년째 지지부진한 재개발 사업의 시계가 다시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개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최근 시공사 선정 계약을 해지 당한 롯데건설 등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조합 비대위가 최근 현 집행부 해임안을 의결하기 위한 총회 소집 안내문을 배포했다. 현 집행부가 롯데건설에 일방적으로 시공사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시공사 재선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등에 불만을 품고 반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해임총회 소집일은 오는 17일로 시공사 선정 총회(26일)에 앞서 진행할 예정이다.

현 집행부 해임안이 통과되면 시공사 재선정 작업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 집행부 출신 비대위가 해임총회를 통해 현 집행부를 해임하면 롯데건설의 시공사 지위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조합원 간 이어지는 파벌싸움과 이로 인한 사업 표류 가능성은 여전한 불안요소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유효기간이 내년 10~11월로 예정된 만큼 기간 내 사업시행인가 획득 및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의 최대 효력유지 기간 5년이 지나면 다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흑석9구역의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등록된 것은 2016년 9월이다. 이후 1년이 지난 다음해 9월에 최종 승인이 이뤄졌다. 흑석9구역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으려면 비슷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이 다시 장기간 답보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시 동작구 90번지 일대 면적 9만㎡에 지하 7층~지상 25층, 공동주택 21개동, 1536가구(임대 262가구 포함) 및 근린생활시설 2동 등을 짓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총 4490억원이다.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뒤바뀔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사업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6월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의 전 집행부가 해임당하면서 덩달아 시공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2018년 사업 수주 당시 조합에 기존의 지상 25층 16개동 대신 28층 11개동 규모의 랜드마크 단지 조성을 제안했지만 설계안이 서울시의 고도제한심의(25층 이상 건축 금지)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당시 롯데건설이 서울시의 고도제한 규정을 무시하고 무리한 사업계획을 제시한 것이 시공사 계약 해지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은 이번에 시공사 재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입장에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사업 수주에 성공할 경우 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위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4조원 클럽' 가입도 노릴 수 있다. 12월 기준 현대건설의 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9632억원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부터 사업시행인가 획득까지 갈 길이 멀다"며 "갑작스런 해임총회가 열려 당황스럽지만 원만한 갈등 봉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