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중흥그룹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 5월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지 7개월 만에 실무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중흥그룹은 이달 중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는 한편 새로운 대우건설을 만들기 위한 후속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본계약 체결식에는 정창선 중흥 회장과 이대현 KDBI 대표 등 소수의 인원만 참여했다.
정 회장은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며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타깝게도 대우건설은 지난 23년간 오너십의 잦은 변경으로 맘껏 성장의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며 "실사과정을 통해 사업부문과 관리부문의 견제와 통제, 사업 확대나 투자 의사결정의 어려움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동시에 엄청난 저력과 성장 잠재력도 확인했다"며 "대우건설을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우수한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ᅠ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건설의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 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 개선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을 약속했다. 노동조합과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우리 대우건설이 더욱 역동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길 소망한다"며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 신뢰와 협력으로 뭉친다면 제가 꿈꾸는 대우건설과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지난 7월 대우건설 최대 주주인 KDBI는 대우건설 지분 50.75%(주식 2억1093만1209주)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그룹을 선정했다. 양측은 8월 주식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상세실사를 거쳐 이날 본계약한 중흥그룹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면 대금 납부를 완료하고 대우건설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내년 1~2월에는 모든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인수 가격은 당초 2조1000억원에서 가격 협상을 거친 끝에 2조400억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중흥그룹 산하의 중흥토건이 대우건설 지분 80~90%를, 중흥건설이 나머지 10~20%를 가져가는 방식이 유력하다.
중흥그룹은 인수대금 중 1조원 이상을 그룹 자체 자금과 진행 중인 시행 사업을 담보로 한 차입금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나머지 9000억원은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주선하는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을 품는데 성공한 중흥의 재계 순위는 수직 상승한다. 47위에서 21위로 26계단 뛰어오르게 된다. 자산은 두 배가 불어나 19조540억원(중흥 9조2070억+대우 9조8470억원)에 이르게 된다. 건설업이 주력인 기업집단 중에서는 부영(17위), DL(19위)에 이어 세 번째다.
대우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가 5위이며, 중흥그룹의 소속 건설사인 중흥토건은 17위, 중흥건설은 40위다. 3사의 시공능력을 합하면 단숨에 서열 3위로 올라서지만 중흥은 합병계획에 대해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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