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김 회장을 비롯한 성지건설 고위임원 8명이 해임됐다. 성지건설 이사회는 김 회장과 송세호 회장, 이용승 대표이사 사장 등 8명을 지난 1일자로 해임 통보했다.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구성된 반대파 이사진들이 최대주주 측 인사들을 쫓아낸 것이다.

앞서 지난 8월말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법원 경매를 통해 성지건설 전 최대주주였던 MGB파트너스의 지분 29.28%(416만8055주)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시도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김 회장 등 7명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이밖에 8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권 안정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개최한 임시주총에서 이들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과 나머지 반대파들의 표 대결에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패배한 것이다. 성지건설 지분(지난달 임시주총 관련 주주확정 기준)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29.28%이며, 2대 주주 빌리언이 13.75%, MGB파트너스가 7.95%, 소액주주 27.64%로 구성돼 있다. 

반대파인 MGB파트너스와 빌리언, 일부 특수관계자와 소액주주들이 연합해 최대주주 측 인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로 이들이 사내이사로 추천한 인사들은 대부분 가결됐다. 8명 중 5명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최대주주 측 인사들을 해임했으며 본인 측 인사 4명을 회장과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기존의 마기혁 성지건설 사내이사가 대표이사 사장이 됐고, 이번에 사내이사로 선임된 전병우 이노와이즈 대표가 공동으로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두 명 모두 MGB파트너스 측 인사들이다. 

MGB파트너스는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2대 주주인 회사였다. 성지건설은 옵티머스펀드의 먹잇감이 돼 2018년 상장 폐지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달 임시주총을 앞두고 박준탁 MGB파트너스 대표는 의결권대리행사권유 공시를 통해 "성지건설 지분에 대한 법원의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라며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성지건설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성지건설 관련한 횡령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인물이다.

성지건설은 지난달 의결권대리행사권유에 관한 의견표명을 통해 "박준탁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주식 양수에 대해 무효라고 다투는 것, 회사를 상대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것 등은 '나만 죽을 수 없다, 모두 같이 죽자'라는 동귀어진(同歸於盡) 심정으로 벌이는 추악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당초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성지건설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와 재무구조 개선, 코스피 재상장, 수도권 진출 등을 노렸다. 하지만 이사회와 경영진이 반대파에 장악되면서 김 회장이 그린 성지건설 재건 로드맵은 차질을 빚게 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관계자는 "성지건설과 관련한 별도 입장은 없다"면서도 "다만 성지 직원들이 이번 인수를 통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해 동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