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에 사무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지난 2017년 폴란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두 번째다. 신한은행도 지난 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열었다. 동유럽에서는 지난 2014년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 이후 두 번째다. 기업은행도 최근 폴란드 사무소 개소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에 진출하는 이유는 정부가 직접 동유럽 4국(V4)와의 협력 증대에 힘을 쏟고 있어 금융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V4는 전통적인 유럽연합(EU)의 생산기지로 현대·기아차 및 관련 협력사 진출이 활발한 지역이다. 

폴란드는 최근 EU의 탄소중립 친환경정책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생산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및 관련 협력 중소기업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헝가리 또한 자동차와 2차 전지를 비롯한 IT유망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우리나라가 최대 투자국일 정도로 관계가 깊다.

최근에는 정부가 직접 협력을 장려하고 나섰다.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은 한-V4 정상회의, 한-V4 비즈니스 포럼에 직접 참석해 양국 기업 간 전기차, 이차전지, 바이오 등 공동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에 함께 나서는 등 양측의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금융수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된 시기에 잇달아 동유럽 지역을 노크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폴란드 사무소 개소를 검토해 왔던 기업은행은 폴란드 진출에 한층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윤종원 기업은행 행장은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참석을 위한 출장길에 직접 폴란드 현지에 방문해 현지통화 대출, 외환거래, 자금이체 등 경영애로사항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윤 행장은 당시 "사무소 설치 등 중소기업 애로사항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며 폴란드 진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폴란드나 헝가리 사무소는 동유럽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무소는 법인이나 지점과 달리 직접적인 영업 활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진출 초기에는 국내기업 수요 확인 등 현지 시장 조사를 통해 국내기업들의 수요를 확인하며 지점이나 법인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사무소를 통한 IB 딜 소싱을 진행하며 IB 영업력 강화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은 향후 해당 지역에 법인이나 지점 설립 시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과 현지기업 등에 금융지원을 펼치며 동유럽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폴란드나 헝가리는 위치 특성상 체코, 슬로바키아 등 인근 국가로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도 이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이 디지털과 글로벌 2가지를 양대 축으로 강조해 왔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움직임이 다소 둔화됐다"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된 틈을 타 중요성이 커진 동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