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소규모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식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는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부진과 여러 악재 등으로 불만을 가진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지난 13일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 및 '주식소각'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신탁계약 체결을 통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300억원이다. 계약기간은 이사회 결의일인 13일부터 2022년 6월 13일까지며 계약체결기관은 삼성증권이다. 더불어 자기주식 10만주를 오는 20일 무상 소각할 예정이다.

휴젤의 자사주 매입은 2018년 이후 5번째다. 앞서 휴젤은 2018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4차례에 걸쳐 총 40여 만주, 약 1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를 통해 취득했다. 이 중 10만주를 소각했다. 

휴젤의 이번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결정은 최근 보툴리눔 톡신 허가취소 등 악재로 불안해하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통상 자사주 매입을 통해 매수 주문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주가가 상승한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다만 자사주가 언제든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어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까지 이뤄지는 것을 선호한다. 소각하는 자사주만큼 전체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1주당 가치가 상승하고 주당 배당금이 높아지는 등 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젤보다 먼저 보툴리눔 톡신 허가취소 처분을 받은 메디톡스도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메디톡스는 이달 1일 주식배당을 결정했다. 1주당 배당주식은 보통주와 종류주 각각 0.05주다. 배당 총 주식수는 보통주식 28만8350주, 종류주식 2만7286주이며 배당 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소액주주들과 또다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헬릭스미스 역시 보통주 1주당 0.1주를 무상 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신주 규모는 342만3612주로 1월 21일 상장 예정이다.

사실 무상증자는 주주들의 이익 증가와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유통 주식수가 적은 기업의 경우 발행 주식수 증가에 따른 유동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자본잉여금이 줄게 되는 무상증자에 나설 경우 재정이 튼튼한 기업임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도 있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과거와 달리 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 이들을 달래기 위한 주주친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연말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식배당, 무증 등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주주친화 정책들은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약개발 등 성과를 통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