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이 안갯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주식양도 소송이 초반부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유위니아그룹의 참전 등 예측불가능 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이 총 20명 규모의 대유위니아 자문단과 함께 경영정상화와 관련한 업무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남양유업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과 고객 신뢰도 향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들을 남양유업과 함께 개선해 갈 예정이다.

남양유업이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만 580억원에 달한다. 이에 실적정상화에 최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실제 재무, 회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은 최근 남양유업 본사 사옥을 비롯해 공장 및 영업지점 등 전국에 위치한 사업장들을 방문하며 실무에 돌입한 상태다. 

대유위니아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달 홍원식 회장과 맺은 상호 협력 이행협약에 따른 것이다. 해당 협약에는 홍 회장이 한앤코와의 주식양도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대유위니아그룹에 주식을 양도하고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이전키로 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홍 회장과 대유위니아의 이 같은 협약은 또다른 잡음을 야기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유위니아가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홍 회장과 손을 잡고 경영정상화에 나섰다지만 성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소비자 불매운동 등으로 추락한 기업이 식음료 업종에 경험이 적은 대유위니아 효과로 기업이미지 개선에 성공할 지 미지수란 얘기다. 경영정상화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홍 회장이 한앤코와의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생기는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비판에도 대유위니아가 홍 회장과 협약을 체결한 것을 놓고 업계는 한앤코와의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으로 분석 중이다. 아울러 한앤코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이번일로 적지 않은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앤코는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홍 회장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신청한 바 있다. 홍 회장이 측근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구성해 경영권 매각에 시간 끌기로 대응한다고 본 셈이다. 이에 홍 회장은 측근 중 한명인 김승언 경영혁신위원장을 경영지배인으로 선임, 경영지배인체제로 전환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홍 회장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일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사모펀드인 한앤코에게 좋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 2일 열린 남양유업 주식양도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도 간접적으로 나타났다. 한앤코는 홍 회장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8월 소를 제기한 이후 4개월여만에 진행된 변론기일의 책임을 홍 회장측에 전가한 것.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변론기일을 위한 답변서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자 지난달 법원에 변론기일 지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당시 홍 회장 측이 공동 대리인 선임 등 여러 준비사안으로 인해 늦어졌다고 설명하자 한앤코측은 "남양유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빠른 진행이 필요하다"며 "홍 회장측이 소송을 지연하는 것은 물론 최근 대유위니아그룹과 조건부 약정을 체결하는 등 예측불가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가장 중요한 홍 회장과 한앤코간의 주식양도소송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며 "여러가지로 복잡한 문제에 추락할 대로 추락한 남양유업 입장에서 재도약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