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패션 전문그룹 신원이 모처럼 실적정상화가 이뤄지면서 배당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앞서 신원은 의류사업 부진,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10년 여간 배당을 못했으나 올 들어 B2B(기업간거래) 사업에서 재미를 보며 배당 여력을 갖췄단 평가를 받고 있다.
20일 패션업계 등에 따르면 신원은 올 3분기까지 연결기준 6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순손실 33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선 겨울 의류의 매출 순도가 비교적 높은 만큼 신원이 100억원대 순이익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만약 신원이 시장의 전망을 충족시키면 2009년(326억원) 이후 12년 만에 세 자릿수 순이익을 기록하게 된다.
신원의 이 같은 수익성 반등은 해외 OEM(주문자상표 부착상품) 사업이 확대된 것이 주요했다. 이 회사는 큰 틀에서 OEM사업과 국내 패션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 최근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 자체 기술이 필요한 ODM은 OEM 대비 부가가치가 높아 신원이 더 많은 일감을 확보, 이익 규모를 키운 것이다.
이 덕분에 신원 OEM부문은 올 3분기에만 지난해(156억원) 대비 64.4% 증가한 257억원의 영업이익과 지난해 연간(6737억원)의 95.1%(6405억원)을 채우며 사상 최대치 경신을 목전에 뒀다.
실적을 회복한 만큼 시장에선 신원이 결산일 기준 2010년 이후 11년 만에 배당에 나설 수 있단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원은 전 세계적 코로나19 확산세만 꺾인다면 OEM사업부의 덩치를 더욱 키울 수 있고 적자사업부인 국내패션부문의 수익성을 일부 반등시킬 여지도 있는 상황이다.
신원이 배당을 재개할 경우 박성철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도 쏠쏠한 재미를 보게 될 전망이다.
현재 신원의 최대주주는 박 회장과 송기정 여사, 아들들이 지분 100%를 쥐고 있는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19.82%)다. 이 회사는 보유 중인 신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손에 쥔 돈을 저리로 박 회장에 대여한 결과 이자비용으로 인해 매년 손실을 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신원이 배당을 재개한다면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는 이자부담을 상쇄함과 동시에 작년 말 65억원 수준인 결손금을 일부 털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회사의 실제 현금창출력이나 투자지출 규모를 고려할 때 신원이 올해 배당에 나설 가능성은 크진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먼저 신원의 올 3분기 누적 연결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55억원이다. 지표의 시작항목인 순이익은 68억원을 기록했지만 아직 현금화가 안 된 자산(매출채권, 재고자산)이 확대되면서 현금창출력을 저하시켰다. 이밖에 올 들어 설비투자(유형자산취득) 규모가 전년 대비 342.7% 급증한 185억원을 기록한 점도 배당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요인이다.
신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 4분기 실적이 평시보다 좋을 순 있으나 아직 매출 등의 집계가 끝나지 않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배당 실시 여부 또한 알릴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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