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균주 도용 여부를 두고 국내 민사 재판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향후 포자형성 여부를 두고 또 다시 치열한 법적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균주포자감정' 등의 자료를 제출했다. 포자는 미생물이 번식을 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을 말한다.

대웅제약 측 변호인단은 지난 10일 포자감정, 계통분석, 제조공정에 대한 원본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메디톡스 측 역시 같은 날 균주 포자감정 등에 대한 원본 자료를 냈다. 이는 국내 재판부의 요청으로 2019년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한 포자감정을 실시한데 이어 두 번째 포자감정이다.

사실 포자 형성 여부만으로는 균주가 동일한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어렵다. 오히려 전체 염기서열분석이 균주 도용 여부를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재판에서 포자형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과거 메디톡스가 "자사의 균주는 포자가 형성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2006년 용인시 소재 한 토양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생산하는 균주를 검출했다고 강조해왔다.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검출한 균주에서는 포자가 형성되기 때문에 당시 재판부는 포자감정을 통해 균주 도용 여부를 판단하고자 했다. 만약 나보타 균주에서 포자가 형성되면 정황상 서로 다른 균주라고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번째 포자감정에서는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가 포자를 형성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곧바로 메디톡스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자사 균주 실험에서도 포자가 형성돼 논란은 일단락됐다.

결국 두 번째 포자감정이 실시된 배경은 양사 균주를 동일한 조건, 실험방법으로 진행해 결과에 대한 객관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과거 양사가 모두 포자감정을 했었지만 메디톡스 측은 자체적인 실험이었다"며 "양쪽이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객관적으로 한번 더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자감정 결과는 정황 증거일 뿐 균주 도용 여부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자감정 결과만으로 균주 도용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고, 이미 제출된 전체 염기서열분석 결과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라는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포자감정을 통해 한쪽만 포자가 형성이 된다면 서로 다른 균주일 수 있다는 정황적 증거는 될 수 있다"면서도 "결국 도용 여부 자체는 재판부가 전체 염기서열 분석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역시 재판부에 포자감정 자료 뿐만 아니라 균주유래관계에 대한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미국 ITC가 '대웅제약 균주 도용' 판결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전체 염기서열 분석이었다"며 "SNP'(단일염기다형성) 등 염기서열분석 방식을 두고 해석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국내 재판에서도 이것이 승패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