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기자가 방문한 (삼성물산이 매각한) 한남동 부지는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의 '꼼데길'에 위치해 있다. 꼼데길은 꼼데 가르송 매장을 효시로 하는 패션 특화거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라이센스를 획득한 ▲꼼데 가르송 ▲구호(KUHO) ▲띠어리(Theory)를 비롯해 ▲코스(COS) ▲에이치픽스(Hpix)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의류매장이 줄지어 입주해 있다. 의류 매장 외에도 소위 '힙'한 식당과 카페가 모이면서 트렌드의 산실로 불리고 있다.

이중 구호 매장과 에이치픽스 사이에 위치한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9-11번지는 삼성물산이 베이지박스투에 매도한 부지 및 건물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21일 경영위원회에서 매각을 결의하고 같은달 22일 매도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가 밝힌 매도 목적은 자산효율화와 자금수지 개선이었다. 

베이지박스투가 매입한 비용은 총 228억4000만원이었다. 이곳이 대지면적 기준 총 611.2㎡인 것을 감안하면 3.3㎡당 1억2331만원에 매입한 셈이다.이곳의 지목은 1990년대엔 대지에서 2000년대 들어 주유소 부지로 용도를 변경했지만 2017년 삼성물산이 다시 대지로 변경했다.

당초 이 부지는 1990년대 말까지 SK 소유의 부지였지만 2011년 정재개발이 이를 매입했고 2012년 제일모직 소유로 넘어갔다. 이를 삼성에버랜드가 2013년 다시 매입했고 2015년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물산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제일모직과 합병 등을 거치면서 작년까지 삼성물산 소유로 남아있던 곳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가의 부동산 매각 조건은 특이하기로 정평이 나있다"며 "매도가를 높게 부르지는 않는 대신 삼성의 이미지에 어긋나는 용도 변경 등을 금지하는 조건을 내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지박스투가 매입한 현재 이 부지에는 용처를 알 수 없는 검은색 컨테이너 건물과 철창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건물 한쪽 벽면에는 컨테이너와 대비되는 흰 색 배경에 특정 브랜드의 옥외광고가 붙어있었다. 

반면 건물 입구는 녹슨 쇠사슬과 자물쇠가 굳게 잠겨있어 이곳이 쓰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건물 뒤쪽 인조 잔디마당으로 향하는 길도 닫혀있긴 마찬가지였다. 아직 낙엽이 떨어질 시기였지만 주변이 깨끗이 쓸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틈틈이 관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 때 이 건물에는 띠어리의 팝업스토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연면적 202.26㎡ 규모의 건물로 2017년 4월 준공해 그달 27일 팝업스토어를 개장했다. 팝업스토어는 구호 매장을 사이에 두고 2018년 띠어리 플래그쉽 스토어를 건설 및 개장한 후인 2019년까지 사용됐지만 이후 웹 상의 방문록 포스팅이 차츰 줄어드는 등 쓰임새를 잃은 모습이다.

부지를 매입한 베이지박스투는 물류대행업, 창고업, 보세창고사업, 보세운송업, 물류컨설팅사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본점 소재지는 올해 10월까지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대신리길 70이었지만 최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로43번길 1로 이전했다.

웹 지도는 해당 부지 및 건물에 띠어리와 한남준지에프에스에스가 입주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중 띠어리 팝업스토어는 현재 영업을 중지했고 한남준지에프에스에스는 전화번호와 법인 기록 등이 모두 말소된 상태다.

베이지박스투 관계자는 해당 건물의 향후 용처와 관련해 "대외비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