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한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모두 대표이사가 연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증권사들은 사모펀드 사고로 인한 대응에 바쁜 한 해를 보내면서도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표이사 임기는 내년 초에 만료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라임, 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와 연루돼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손실충당금을 적립하고 실제 배상에 나서는 등 회사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금을 지출했다. 

그럼에도 증시 호조에 따른 관련 상품 판매 증가, 기업금융(IB) 인수자문 수수료 등에서 수익을 내면서 사모펀드 사태를 잊게 하는 실적을 주주에게 보여줬다. 이에 따라 증권사 대표이사 임기도 연장되는 케이스가 잇따르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4번째 임기를 확정했다. 정 사장은 지난 6월 부실 사모펀드 고객 투자금 100% 전액 보상이라는 파격 카드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충당금 비용이 544억원 발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 1조637억원을 기록하면서 '1조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KB증권도 라임판매사로 최고경영자(CEO)인 박정림 사장과 김성현 사장이 관련해 징계를 받았지만 연임에 무난히 성공했다. KB증권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29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5%나 증가했다. 특히 KB금융그룹 내 증권사 순이익 비중이 지난해 3분기까지 11.77%였지만 올해 3분기에는 14.40%로 확대됐다. 박정림·김성현 대표 투톱체제 유지에 힘이 실린 이유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연임에 성공했다. 라임펀드 부실판매와 관련해 올해 3분기까지 약 2370억원 충당부채를 쌓았다. 3분기에만 사모펀드 사태 관련 고객 보상금 829억원을 지출했고 4분기에도 관련 비용이 다소 발생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제재로 사모펀드 신규판매 등 업무 일부 정지 6개월과 과태료 40억8800만원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신한금융투자의 실적은 호조세를 보였다. 올해는 3분기까지는 사상 최대치인 영업이익 53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8.8% 증가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사모펀드 사태 '소방수'로서 대표 취임 후 고객 신뢰를 정상화하는데 힘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대표이사 임기 연장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내년 초 구성되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한 후보를 대상으로 3월 주총에서 결정된다. 대신증권도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오익근 대표의 연임 여부에 대해 찬반 표결을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