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온 한화자산운용의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한화자산운용 책임투자를 이끌어 온 핵심 인력이 이탈한 가운데 관련 조직까지 축소된 까닭이다. 특히 ESG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온 김용현 전 대표 체제가 막을 내린 것과 시점이 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뒷말을 키우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이달 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13본부 6실 2센터 61팀 8파트'를 '13본부 5실 2센터 61팀 10파트'로 변경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조직의 핵심 단위(본부‧실‧팀) 가운데 허리격인 '실'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책임투자를 전담하며 ESG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지속가능전략실'이 '지속가능전략팀'으로 축소된 영향이다. 지속가능전략팀은 기존 대체투자RM팀과 리스크관리팀이 속해있는 리스크관리실 산하로 이동했다. 지난해 12월 TF(테스크포스)팀으로 출발해 지속가능전략실로 승격된 지 1년 만에 팀 단위로 회귀한 셈이다.

조직 단위가 축소되면서 실제 인력도 감소했다. 현재 지속가능전략팀에 소속된 직원수는 황운경 팀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한때 ESG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자칭타칭 '운용업계의 ESG 어벤저스'로 불렸던 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업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한화자산운용의 실 단위 조직은 5명 이상의 인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상품전략실의 경우 8명 내외로 구성돼 있으며, MBO실(오퍼레이션·기준가 산정 등)은 30명에 달하는 인력이 포진해 있다. 시장 일각에서 지난 몇 년 간 ESG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온 한화자산운용의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한화자산운용의 ESG 경영을 둘러싼 이상징후가 감지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월 한화자산운용의 ESG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김명서 전 지속가능전략실장이 돌연 이직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돌았다. 김 전 실장은 한화자산운용이 ESG 강자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기여한 1등 공신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업계 최초 ESG 평가 모형 개발(2019년 9월) ▲지속가능전략실 승격(2020년 12월) ▲업계 최초 ESG 위원회 설립(2021년 5월) ▲책임투자 보고서 발간(2021년 6월) 등 ESG에 관한 주요 성과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두희 대표가 지난 8월 신임 대표로 부임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회사를 떠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 한화자산운용에 합류한 김 전 실장은 김용현 전 대표의 든든한 지원 아래서 한화운용을 ESG 명가 반열에 올렸다"며 "아무래도 한두희 대표가 운용업계에서 몇 안 되는 ESG 전문가로 통하는 김 전 대표 보다는 ESG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니 예전만큼 일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자산운용은 자사의 ESG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위원회 설립과 보고서 발간 등 ESG 경영을 위한 인큐베이팅이 끝난 만큼 프론트 오피스에서 운용역들과 직접 스킨십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팀 단위로 배치했다"라며 "일례로 디지털전략본부라는 곳도 성장 단계에 올라 팀을 쪼개 각 본부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이곳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조건을 받고 스카웃 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