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바이오 사업 진출 등을 위해 내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롯데가 올해 M&A 시장에서 유독 재미를 보지 못한데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갈증이 최대치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24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M&A관련) 조용한 한해를 보냈지만 내년엔 기대해도 좋다. 최근 단행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등으로도 시사한 만큼 치열하고 공격적인 한해가 될 것"이라며 "아직 바이오 등 신사업들에 대한 여러 과정을 연구하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지만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주춤했던 M&A 시계를 재가동시키겠다는 의미다.

실제 롯데는 일찍이 구축해뒀던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신성장팀을 최근 신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신성장 1팀은 M&A 관련 전반적인 기획을 맡고 신성장 2팀과 신성장 3팀은 각각 바이오와 헬스케어로 각 사업 M&A를 담당하게 됐다. 

가장 최우선적으로 바이오사업과 헬스케어사업에 대한 빅딜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러 사업매물을 알아보는 단계를 떠나 사업군을 특정해놨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직접 "바이오 사업과 스마트 모빌리티,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 신규 사업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롯데의 움직임은 그간 유난히 위축됐던 M&A 행보와 맞닿아 있다. 중고나라와 한샘 등에 전략적 투자자로서 자리매김은 했지만 인수합병과는 간극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며 조 단위 빅딜을 성사시킨 신세계와 올해에만 4건의 M&A를 단행한 GS리테일 등과 비교하면 롯데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던 신 회장은 올 하반기 진행된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재차 강조했다. 신사업 발굴 및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신 회장의 의지는 최근 진행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파격적인 외부영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린 한편 5년만에 기존 조직체제인 BU대신 HQ 체제를 도입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HQ는 기존 BU 대비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롯데는 사업군 및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사업군의 통합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롯데지주는 지주사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한다. 그룹 전체의 전략 수립 및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신사업 추진, 핵심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그룹 경영관리 체계를 구축했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롯데가 여러 바이오사업 관련 매물을 타진하는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업무적인 접촉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R&D, 브랜드, IT 등에 대한 투자 소홀을 질책하기도 한 만큼 내년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현재 코로나19 시국에서 롯데만큼 위기의식이 고조된 기업도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