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밈 주식의 상승세는 전형적인 펌프 앤 덤프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보통 이런 경우는 좋게 끝나지 않는다." (조나단 웨이트 프로스트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 분석가)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콘텐츠 요소) 주식이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화제가 돼 매출이나 이익 등 펀더멘털과 무관한 주가 상승을 보이는 주식이다. 올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스탑이나 AMC 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인 밈 주식으로 불린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그 외에도 스마일 다이렉트 클럽, 틸레이, 네이키드, 스킬즈 등을 밈 주식으로 꼽았다.

펌프 앤 덤프는 헐값에 매입한 주식을 허위 정보 등으로 폭등시킨 뒤 매각하는 사기다. 수많은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밈 주식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경고에도 밈 주식을 향한 MZ세대의 열렬한 호응은 밈 ETF 탄생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투자회사 반에크는 반에크 소셜 센티멘트 ETF를 출시했는데 상장 직후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가총액이 단숨에 5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또 지난 8일에는 투자회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가 밈 주식으로만 구성된 라운드힐 밈 ETF를 내놨다. 밈 주식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밈 주식의 본질을 보자. 밈 주식의 주가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움직인다. 그 누구도 주가 흐름을 예상할 수 없고 오늘 급등한 주가가 내일 다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변동률 역시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어 게임스톱의 올해 변동률은 792.75%를 기록했고 AMC의 올해 변동률은 무려 1326.87%에 달한다. 

단기 변동률도 눈에 띈다. 게임스톱과 AMC 주가는 11월 23일부터 12월 22일까지 각각 28%와 26.76%의 단기 변동률을 기록하며 하락했다. 최근 떠오르는 밈 주식으로 꼽히는 네이키드나 스킬즈 역시 같은 기간 동안 높은 변동률을 기록했다. 네이키드 주가는 한 달 새 89.39% 폭등했고 반대로 스킬즈 주가는 53.30 폭락했다. 밈 주식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예시다.

단순히 상승률만 놓고 보면 밈 주식은 분명 매력적이다. 1년 동안 1300% 폭등했다는 것은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그러나 밈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건전한 투자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밈 주식의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악재에도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AMC가 대표적인 예다.

AMC는 한때 파산설이 나돌 정도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그랬던 주가를 1300% 넘게 폭등시킨 것은 개인투자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 경영진에게 허를 찔렸다. 회사 경영진들은 개인투자자들 덕분에 급등한 주가를 이용해 보유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했다. 대규모 주식 매도 소식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고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주요 외신들이 "경영진들은 개인투자자가 일궈놓은 주식 급등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의 늪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실제로 AMC 실적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때문이다. AMC 실적이 3년 연속 적자를 향해 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밈 주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것은 7000만 달러 이상 시세차익을 챙긴 경영진뿐이었다.

펀더멘털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 역시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팁랭크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4명의 애널리스트가 분석 보고서를 냈는데 전원 현재 주가보다 낮은 적정주가를 제시했다.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평균 적정주가는 8.17달러로 23일(현지시간) 기록한 28.52달러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AMC의 적정주가를 1달러로 제시하며 혹평하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밈 주식에 대한 분석을 중단했다. 더는 펀더멘털로 거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투자를 건전한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이를 투자라고 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투자'와 '투기'는 자본을 이용해 추가적인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은 같지만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안정적이며 합법적이라면 투기는 위험하고 불법적인 경향이 강하다. 물론 밈 주식 투자는 불법이 아니지만 그 성질은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투기에 가깝다. 주식에서의 투기는 가치보다 시장 가격의 흐름을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며 가치 창출보다는 거래 차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증권분석의 창시자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알려진 경제학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말한다. "투기를 하고 싶다면 결국 돈을 모두 잃는다고 생각하고 하라." 그리고 건전한 투자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는 응원을 보낸다. "증권을 매매하는 행위도 일종의 사업이다. 사업을 운영하듯 원칙을 지키면서 실행하라. 사실에 근거해서 결론을 내렸고 이 판단이 건전하다고 믿는다면 실행하는 것이다. 투자에서는 지식과 판단력이 충분할 때 용기가 최고의 장점이 된다."

위험한 일에 무턱대고 도전하는 것은 용기가 아닌 만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