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지역이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짐에 따라 현지 반도체 공장 생산량 조정에 나섰다. 시안 공장이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는 만큼, 글로벌 공급량 감소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을 감소함에 따라 낸드 가격 하락에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코로나19 확산, 시안 공장 생산 "탄력적 조정"
삼성전자는 29일 뉴스룸을 통해 중국 시안 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공장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시안은 지난 23일부터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지 시안 공장 대부분이 가동 중단된 상황에도 반도체 업종 특성상 정상 가동을 유지해 왔지만, 사태가 악화되면서 생산라인 조정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는 생산라인의 '중단'을 의미하진 않는다. 다만 '탄력적 조정'은 사실상 라인 투입 인력을 최소화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감안하면, 생산량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3차원 낸드플래시 1·2 공장을 운영 중이다. 두 공장의 생산능력은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 규모다. 글로벌 낸드 공급망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 낸드 가격 하락에 완충제 역할?...중장기 손해 커
업계에선 중국 시안의 코로나19 상황이 조기에 진정된다면 삼성전자 등의 현지공장 운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선 오히려 글로벌 공급량 감소에 따라 낸드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 대비 평균 10~15%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용 낸드 수요가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는 스마트폰 시장 성수기에 해당되는 3분기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1위(34%)인 삼성전자가 공급량을 줄이게 된다면, 낸드 가격 하락폭이 다소 줄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안 공장은 삼성의 해외 유일한 낸드 생산기지로, 전체 생산량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완전 중단은 아니더라도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안 지역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심각할 경우 삼성 시안 공장 생산 라인을 완전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메모리 사업이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당초 반도체 공장은 생산라인을 멈출 경우, 재가동해 정상 수율(생산품 가운데 불량품을 제외한 합격품 비율)로 다시 끌어올리는 데 시일이 걸린다. 앞서 미국 한파에 따른 삼성 오스틴 공장 중단 건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로 인해 약 4000억원의 손실을 본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라인의 탄력적 조정은)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글로벌 생산라인 연계를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고객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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