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바이오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술특례상장에서 비(非)바이오 기업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상장 건수에서 바이오 기업을 크게 앞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로 상장한 기업은 31개사로 2005년 기술특례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연간 30개사를 돌파했다. 기술특례기업 상장을 위한 사전단계인 전문기술평가를 신청한 기업도 81개사로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비바이오 기업 수가 바이오 기업을 뛰어 넘으면서 업종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해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활용한 비바이오기업은 22개사로 전년(8개사) 대비 14개사 증가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4차산업분야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업종이 11개사로 가장 많았고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9개사로 뒤를 이었다.

반면 바이오 기업은 9개사가 상장하면서 전년(17개사)보다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증가했던 체외진단 기업의 상장이 줄어든 영향이다. 체외진단 기업은 올해 2개사가 상장하며 전년(8개사) 대비 급감했다. 신약개발 기업은 6개사로 예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상장 추진 단계에서도 바이오 기업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기업은 총 37개사로 이 중 12개사가 상장에 성공했다. 기술성 평가 탈락, 상장예비심사 탈락 등으로 코스닥 입성이 불발된 기업도 12개사로 집계됐다. 딥바이오, 피노바이오, 스탠다임, 콘테라파마 등이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진행되는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엑셀세라퓨틱스, 노보믹스, 와이바이오로직스, 엔지노믹스, 디앤디파마텍, 오상헬스케어, 셀비온, 이니스트에스티 등 8개사는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기술특례상장은 바이오 기업의 주요 상장 트랙으로 활용됐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충족하지 못해도 거래소가 지정한 기술평가기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획득하면 상장이 가능하다.

신약 개발 등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적자 상태인 경우가 많은 바이오 기업들은 해당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2013년 이전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 9개사였지만 비바이오사는 한 곳도 없었다. 2014년 들어서야 항공기 동체 부품업체인 아스트가 비바이오 업체로는 처음으로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올해부터 거래소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제도 평가항목을 늘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는 기존에는 기술성 4개, 사업성 2개로 나눴던 평가항목을 기술성 3개와 사업성 3개로 조정했다. 기존 26개이던 평가사항도 35개로 늘렸다. 기술특례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사업성과 기술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무리하게 상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장 관계자는 "이전에는 기술의 완성도, 생산 역량 등을 주로 평가했지만 기술진행정도, 연구개발 투자 현황, 제품 품질관리 등의 항목이 추가됐다"며 "결국 기술성에 더해 실적과 사업성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문턱이 오히려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을 청구하는 기업 수도 많아지면서 거래소의 인력으로는 이를 모두 심사하기 힘들어 예심 단계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