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앱클론, 지씨셀, 헬릭스미스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꿈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기반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CAR 기반 치료제들이 다수 출시됐지만 워낙 고가인데다가 여전히 고형암 대상 효과 감소 등 미충족 수요 시장에서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앱클론의 'CD19 CAR-T(면역세포) 프로그램' AT101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1·2상 임상계획을 승인했다. AT101의 적응증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1상은 각 코호트당 3~6명씩, 2상은 약 82명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번째 환자 투약 일정은 이르면 내년 1분기께, 첫 코호트 투약 결과는 2분기 내에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앱클론 뿐만 아니라 지씨셀과 헬릭스미스 등 다수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CAR 기반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씨셀은 현재 메소텔린(Mesothelin)을 특이적으로 타깃하는 췌장암 CAR-T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메소텔린은 췌장암, 난소암, 폐암 등 고형암에서 주로 발현하는 단백질로 최근 암 특이적인 항원 중 하나다. 메소텔린 CAR-T는 미국 자회사인 노바셀로 기술 이전 후 현지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추가 전임상 이후 2022년 하반기 미국 임상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씨셀은 CAR에 NK세포(자연살해세포)를 합친 CAR-NK치료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 설립된 NK세포치료제 현지 개발기업인 아티바(Artiva Biotherapeutics)는 최근 미국 MSD와 총 3가지의 CAR-NK세포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CAR-NK는 타인의 세포를 사용할 수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치료제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헬릭스미스는 자체 개발한 CAT-T를 이용해 고형암 치료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CAR-T 치료제는 기전상 혈액암 등에서는 드라마틱한 효능을 보이지만 고형암에서의 효과는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CAR-T세포를 조절하고 항암 기능을 강화한 CAR-T 2.0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CAR-T 2.0 기술은 면역관문 억제, T세포 침투력 증대, 면역세포 유입 증대, T세포 생존력 개선에 기능이 있는 유전자를 CAR 유전자와 동시에 T세포에서 발현하도록 한다.

CAR 기반 치료제를 개발중인 바이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CAR-T 치료제 시장을 선점했음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CAR 기반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것은 미충족 수요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CAR-T치료제들은 혈액암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이지만 너무 고가(5억원 이상)인데다가 고형암에서의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며 "대다수 국내 기업들도 기존 치료제 시장이 충족하지 못한 시장을 타킷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AR-T 치료제는 T세포가 암세포의 특이적인 부분을 능동적으로 찾아내 파괴할 수 있도록 키메라 항원 수용체 유전자를 삽입해 재설계한 것을 말한다. 이는 정상세포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CAR-T세포가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켜 '4세대 항암제'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