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수평적 조직체계를 강조했던 카카오뱅크가 이사회 지배구조에서는 타 금융사 대비 보수적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9인 전원을 남성으로만 구성하며 카카오그룹 '맏형' 격인 카카오와도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를 내세웠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사회 등기임원 9명을 전원 남성으로 구성했다. 미등기임원 중에서는 최고서비스책임자 고정희 씨만 유일한 여성 임원이었다. 반면 카카오그룹의 맏형 격인 카카오는 이사회 등기임원 7명 중 2명이 여성으로 29%의 비율을 나타냈다. 미등기임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카카오의 여성 임원은 총 3명이다.
금융권은 타 산업군 대비 여성 임원 비중이 낮은 편이다. 육아와 경력단절 등으로 여성 금융 전문가 풀이 넓지 않고, 두꺼운 유리천장으로 여성 승진이 어려운 보수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출범 시기부터 '수평적인 조직체계'를 강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와 유사한 수평적인 조직체계와 문화를 강조하며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를 시도해 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일자리 창출과 여성 고용을 높게 평가받으며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표창을 받기도 했다. 여성 인력 비율이 48%로 1000명 미만 금융·보험업의 여성 인력 평균 비중(41.99%)보다 높다는 점에서였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도 카카오뱅크의 여성 인력 비율(기간제 근로자 제외)은 전체의 41.51%를 나타냈다. 비대면 특성상 은행원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사회 성별 구성만 놓고 보면 여성 등기임원을 1~2명 이상 구성하고 있는 기존 금융권보다 뒤떨어지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출범 5년차로 지배구조가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단 시각도 있다. 직원 대부분이 경력직 출신인 특성상 주요 금융지주들이 도입 중인 여성 인력 육성 프로그램 운영도 쉽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에는 여성 임원 1명을 필수로 선임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 전원을 동일 성으로 구성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3월 말 기준 사외이사 후보군 35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여성 임원 선임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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