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코웨이 인수는 우리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시너지가 나는 사업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앞으로도 게임 외 유망 사업에 대해 지속해서 투자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권영식 넷마블 각자대표집행임원이 2월에 열린 2020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꺼낸 말이다. 넷마블이 2019년 12월 코웨이를 인수했을 당시 제기된 사업 시너지 여부에 대한 답이다. 더불어 넷마블의 사업영역을 게임이 아닌 쪽으로도 지속해서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기도 하다.

넷마블이 코웨이를 1조7400억원에 인수했을 때는 재무적 부담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코웨이는 피인수 이후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지속해왔고 넷마블의 안정적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7184억원, 누적 영업이익 5010억원을 거뒀는데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4.5%, 영업이익은 5.1% 증가했다.

올해 들어 넷마블과 코웨이의 협업이 본격화됐다. 코웨이는 1월 기존 IT부서를 통합 IT 전담조직인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센터'로 확대재편했다. DX센터는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기술을 접목한 제품과 서비스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코웨이의 AI센터장 자리를 김동현 넷마블 AI센터장이 겸직하면서 두 기업의 시너지 창출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

권 대표가 3월 넷마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코웨이와 IT 협업을 지속하겠다"며 "서비스 고도화와 혁신상품 개발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시너지도 극대화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넷마블과 코웨이가 6월에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넷마블힐러비는 협업의 산실로 볼 수 있다. 넷마블힐러비는 두 기업이 41억원을 각각 출자하면서 지분도 41%씩 각자 보유하게 됐다. 대표이사는 백영훈 넷마블 부사장이 맡았고 사내이사에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이사회 의장과 김동현 넷마블 AI센터장 겸 코웨이 DX센터장도 합류했다.

넷마블힐러비는 코웨이의 기존 화장품사업을 바탕으로 헬스&뷰티 사업을 수행한다. 첫 발걸음으로 10월에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V&A뷰티' 브랜드를 내놓았다. 앞으로 IT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뷰티사업을 펼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게임업계 트렌드인 'MBN'도 넷마블의 향후 유망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MBN은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대체불가토큰)의 머릿글자를 모은 말이다. 넷마블은 개발자회사의 다른 기업 인수를 통해 MBN 관련 사업의 토대를 쌓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는 북미 자회사 잼시티가 최근 블록체인 부서를 새로 만들고 NFT 형태의 챔피언 캐릭터가 나오는 P2E(돈 버는) 게임 '챔피언스: 어센션'을 공개했다. 더불어 넷마블은 비게임 분야에서도 게임과 연관성 높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메타버스를 접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개발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는 8월 지분 100%를 출자해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과 버추얼 아이돌(가상 아이돌)의 매니지먼트 등 게임과 연관된 메타버스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10월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전략적 투자자로 맞이하면서 가상의 K팝 아이돌을 2022년에 함께 내놓기로 했다.

넷마블에프앤씨는 10월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력 강화를 목적으로 실사형 스포츠게임 전문 개발사인 나인엠인터렉티브를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당시 서우원 넷마블에프앤씨 공동대표이사는 "나인엠인터렉티브는 딥러닝을 활용한 메타휴먼 생성 기술은 물론 모션캡쳐와 네트워크 기술력을 보유해 성장성이 기대된다"며 "넷마블에프앤씨는 두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적 자원을 메타버스 게임 및 플랫폼 개발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넷마블에프앤씨에서 2022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광명에 '메타버스 VFX(시각특수효과) 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모션캡처와 크로마키, 전신 스캐닝 등 메타휴먼 제작과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설비를 갖춘 시설로 만들어진다. 

넷마블이 블록체인 게임 관련 기업인 아이텀게임즈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P2E 게임을 내놓을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아이텀게임즈는 암호화폐 이오스(EOS) 바탕의 블록체인 게임플랫폼 '아이텀스토어' 운영사다. 아이텀스토어는 블록체인 게임 다운로드나 게임 아이템 등의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장이다. 이를 고려하면 넷마블이 아이텀게임즈를 인수해 P2E 게임 운영과 자산 거래에 필요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넷마블 관계자는 "현재 인수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개발자회사에서 블록체인과 NFT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 기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