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사진)이 5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는 그룹을 이끌게 된 주 신임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로 그룹의 핵심인 식품사업 경쟁력 제고와 함께 일반 주주들과의 화합을 꼽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사조그룹과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간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이가 주 부회장 본인이었던 만큼 권한이 더욱 강해진 현 시점에서 '결자해지'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작년 9월 사조산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오너일가와 이사회 멤버 선임건을 두고 표대결을 펼칠 만큼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회사의 경영을 투명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소액주주들이 오너일가에 반기를 든 것은 부실회사 합병에 따른 사조산업 가치하락, 주가관리 및 주주환원 미흡 등이 꼽힌다. 공교롭게도 이는 모두 주지홍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관련돼 있다.
이들의 분쟁은 작년 초 사조산업이 자회사 캐슬렉스서울을 주지홍 부회장의 개인 소유격인 캐슬렉스제주와의 합병을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우량회사인 캐슬렉스서울이 400억원대 결손금을 떠 앉은 부실기업 캐슬렉스제주를 합병하면 주지홍 부회장만 이득을 볼 것이라며 반발했다. 합병 비율에 따라 주 부회장이 캐슬렉스제주 지분을 보유케 되고 이는 추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이 될 수 있어서다. 사조산업은 주주들의 반발 등으로 합병건을 철회 했지만 '캐슬렉스 논란'은 추후 벌어진 사조그룹 경영권 분쟁의 트리거가 됐다.
사조산업 주주연대는 이외에도 회사가 수년째 3% 가량의 배당성향을 이어가는 등 주주가치제고에 신경을 쓰지 않는 점도 비판했는데 이 역시 주 부회장과 연관이 깊다.
주 부회장은 현재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그룹 주력인 사조산업을 지배하곤 있다. 하지만 그룹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주진우 회장의 사조산업 보유 지분(14.24%)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사조산업 일반 주주들은 회사가 오너일가 간 지분 양수도 및 증여가 이뤄지기 전까지 주가를 누르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계는 주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추후 어떤 식으로든 주주들과 소통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지난해 임총 당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관련 표대결에서 패한 뒤로도 주주행동을 이어가기로 한 만큼 언제든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 이들은 오는 3월 열릴 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을 10%대 중후반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기도 하다.
다만 일각에선 주 부회장이 승진 이후에도 미등기 임원을 유지한단 점에서 그가 주주가치 제고과 무관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미등기 임원은 원칙적으로 주주 정책 및 회사 대소사를 다룰 이사회 활동에서 배제된다. 이에 시장에선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기업 오너일가들에 대해 '권한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영을 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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