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인간뿐 아니라 꿀벌의 팬데믹(pandemic)까지 해결하려는 국내 업체가 있다. 바로 꿀벌용 동물의약품 '허니가드-R액'을 개발 중인 진단업체 제놀루션이다.

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놀루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혜를 입은 국내 핵산추출시약·장비업체다.

제놀루션의 핵산추출시약·장비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지난 2020년 3부터 국내 시장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해 왔다. 제놀루션의 제품들이 바이오니아, 인트론바이오 등 다양한 업체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드는데 쓰였기 때문이다.

제놀루션 관계자는 "제놀루션이 만드는 핵산추출시약·장비는 진단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 단계"라며 "제놀루션의 장비나 시약을 통해 RNA를 추출하면 그 정보를 통해 다른 업체가 진단키트를 만들어 양성 여부를 판별해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제놀루션의 핵산추출시약·장비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더 많이 팔렸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핵산추출업체 Qiagen, Promega에서도 제놀루션의 제품을 사들였다. 지난 2020년 제놀루션의 핵산추출시약과 핵산추출장비의 수출액은 각각 596억원, 19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2.6%, 95.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0배, 83배 급증한 액수다.

이 덕분에 2019년까지만 해도 3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제놀루션은 2020년 85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도 2020년에 이어 800억원대 매출은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제놀루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52억원, 영업이익은 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3.9% 증가했다.

사업 분야별 매출 비중을 보면 지난해 3분기 제놀루션 매출 중 90.26%는 핵산추출시약(499억원)에서 발생했다. 아직 핵산추출장비와 RNA간섭(RNAi) 사업의 매출 비중은 각각 8.7%, 1%로 미미한 실정이다.

핵산추출장비 사업의 경우 올해 1분기 내로 새로운 장비가 출시되면서 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장비가 48개의 샘플에 대해 추출했다면 새로운 장비는 2배인 96개의 샘플을 추출하면서 액체생검도 같이 진행할 수 있다. 액체생검이란 혈액 등 체액 속 DNA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RNAi 사업의 경우 허니가드-R액이 빠르면 연내 품목허가를 받음으로써 내년 상용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제놀루션은 꿀벌의 바이러스 질환인 낭충봉아부패병을 치료하기 위해 허니가드-R액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 국내 농가에서 허니가드-R액의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제놀루션은 계절별로 허니가드-R액의 안전성·유효성 테스트를 진행해 올해 3분기 내에 해당 임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상 데이터에 큰 문제가 없으면 농림축산식품부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빠르면 연내에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8년 국내에 발발하기 시작한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2009년까지만 해도 약 40만통이었던 토종벌의 벌통 수가 2013년 1만 여통으로 급감했다. 제놀루션 관계자는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제의 국내 시장 규모기 약 2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허니가드-R액이 출시되면 국내 시장에서 10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형, 태국형, 베트남형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유효성도 입증해 해외 수출도 노릴 계획이다.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 양봉산업 국가로서 한국보다 5배 규모의 양봉사육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제놀루션 관계자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등 팬데믹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꿀벌들이 폐사되고 있다"며 "허니가드-R액이 출시된다면 세계 최초의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제가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