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현대자동차의 상용차 포터가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급증한 택배물량과 더불어 포터EV의 선전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7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포터는 지난 9년간 연간 판매량 3위를 벗어난 적 없는 현대차의 스테디셀러다. 1987년 출시 이후 지금껏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꾸준히 현대차의 판매실적에 기여해왔다. 포터는 용달, 이삿짐, 택배 등 화물 운송용으로 쓰일 뿐 아니라 조리시설을 갖춘 푸드트럭으로도 활용된다. 이같이 다양한 활용성 덕분에 2012년을 제외한 지난 10년간 꾸준히 연간 판매량 9만대를 상회했다.

지난해 포터가 승용차를 제치고 국내에서 전체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건 택배수요가 급증한 까닭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며 택배물량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1톤 트럭으로 화물 운송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포터의 판매 증가를 경기 불황 관점에서 바라보곤 했지만 요즘은 다르다"면서 "비대면 물류 서비스가 늘어나며 트럭을 활용한 업종이 호황을 맞이해 포터가 더 많이 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트럭의 선전도 포터의 판매고에 일조했다. 포터2의 전동화 모델인 포터2 일렉트릭은 지난해 1만5805대 판매되며 전년대비 74.9%(6768대) 증가했다. 전기차의 활약은 기아 봉고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아 봉고3 판매량 5만9729대 중 봉고3 EV는 1만728대 판매되며 전년대비 100.3%(5371대) 증가했다.

지난해 전기트럭의 판매 증가는 정부가 올해 3월까지 신규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영향이 크다. 원래 화물운송 목적의 화물차는 총량제가 적용돼 시세 2500만~3000만원 가량의 영업용 번호판을 매입해 부착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화물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올해 3월까지 총량제 대상에서 전기화물차를 제외해 무상으로 영업용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게 했다.

저렴한 유지비와 보조금도 전기트럭 판매 상승을 주도한 요인이다. 특히 포터EV의 유지비는 디젤 차량의 절반 정도다. 게다가 지난해 포터EV와 봉고EV 구입시 제공되는 국고 보조금은 1600만원이었으며, 여기에 각 지자체별 지방비보조금을 합치면 서울시 기준 4200만원 가량의 포터를 2000만원 이하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포터나 봉고는 생계 목적으로 구매하다 보니 유지비가 중요하다"며 "전기차는 초기 구입비용은 좀 들지만 각종 보조금이 제공되고, 유지비도 저렴해 새로 트럭을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적 선택지"라고 언급했다.

포터에 대한 높은 수요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도 택배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따라서 포터의 높은 수요도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포터 역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한 출고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신규 계약 기준으로 포터는 현재 출고까지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차질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고확보에 최선을 다해 포터 수요 물량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