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잠잠했던 동양생명의 매각 추진설이 다시 등장했다. 동양생명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갑작스럽게 임시 주총을 개최한 배경을 놓고 금융시장에서 설왕설래 중이다. 중국 정부가 다자보험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동양생명, ABL생명 등 해외 계열사를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일단 동양생명의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중이라는 점에서 당장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의사결정에 달려 있는 만큼 매각 시점을 쉽게 예단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동양생명의 주주는 중국 정부가 경영권을 보유한 다자보험(42.0%)과 자회사 안방그룹홀딩스(33.3%)을 비롯해 소액주주(19.2%), 우리사주조합(0.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안방보험 부실화 파장을 막기 위해 다자보험을 설립하고 동양생명 지분(75.3%)을 포함한 전체 자산을 이관했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임시 주총 개최를 목적으로 이날까지 주주명부 폐쇄기간을 가진다. 상장사들은 주총 의결권이나 배당, 무상증자 권리가 있는 주주를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는 절차를 갖는다.

이와 관련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임시 주총 개최 사유는 밝힐 수 없지만 매각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매각 절차의 시작인 주관사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주총에서 지배 지분 매각이 의결되는 건 매각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다자보험은 중국 정부가 공적자원을 투입한 구제금융회사인 만큼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매각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동양생명의 주가는 6000~7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올랐으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금융주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매각의 최적기라고 보기 어렵다.

동양생명의 수익구조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동양생명 누적 순이익은 2498억원으로 전년대비 131.5% 증가했다. 특히 우리금융 지분 처분이익으로 인한 이자율차이익(1380억원) 증가 요인이 컸다. 암보험, 어린이보험 등 중저가 기타보장성보험 위주 포트폴리오 재편에 힘입어 사업비차이익(1312억원)도 개선되는 추세다. 

또, 국내 보험사 M&A 여건이 우호적이지 못하는 점도 동양생명 매각 시점을 늦추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산적한 이슈로 보험사업의 매력이 떨어져 있고, 유력 인수후보인 우리금융지주도 보험보다는 증권 쪽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대체로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 인수 시점의 펀더멘털이 중요하다"며 "또, 사모펀드가 인수 주체로 나선다고 해도 추후 금융지주 매각 등을 염두에 둬야 할 텐데, 동양생명은 매각 경쟁을 붙이기 쉽지 않은 매물"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측도 동양생명의 펀더멘털 개선 후 시장 여건을 보며 매각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동양생명 매각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의사결정이 전적으로 중국 측에 달려 있어 매각 시점을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