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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조선산업 재편 다시 제자리
유범종 기자
2022.01.14 14:20:18
①EU 결합승인 불허로 발목…대형화 통한 경쟁력 강화 차질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4일 12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체제를 '빅2'로 재편해 한국 조선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야심찬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 유럽연합의 몽니? "LNG선 독과점 발목"


양사 합병의 최대 관문으로 여겨졌던 유럽연합 기업결합심사의 문턱은 높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사가 합병에 도달하기 위해선 절차에 따라 한국,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일본, EU 등 6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했지만 유럽연합이 불승인하면서 사실상 합병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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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양사가 결합할 경우 전세계 LNG선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결합승인을 불허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장조사업체 클락슨(Clarksons) 자료를 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할 경우 전세계 LNG 운반선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전체 선종에 대한 점유율도 21.2% 수준까지 올라간다.


특히 유럽은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춘 LNG운반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대형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지역이었다. 이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9년 12월 기업결합심사를 개시했지만 지난해에만 세 차례나 심사를 유예하는 등 쉽사리 결과를 내지 못하다 이번에 최종적으로 승인 불허를 결정했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앞서 결합 승인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고자 당분간 LNG선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국내 중소조선소에 기술을 일부 이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유럽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에 대해 국내 정부와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모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은 비합리적이고 유감스럽다"면서 "설령 과거 시장 점유율이 높더라도 조선산업의 경쟁은 입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점유율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점유율만으로 섣불리 독과점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의 객관적인 기관이 실시한 고객설문조사에 따르면 본 기업결합이 LNG선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유럽고객은 사실상 없었다는 점도 확인했다"며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유럽연합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도 관련부처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미 본 계약의 심사를 완료한 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 경쟁당국에서 무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했던 만큼 이와 상반된 유럽연합의 불승인 결정에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 세계적인 대형화 추세 뒤쳐지나


이번 양사의 합병 무산으로 국내 조선업 재편 작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2019년 양사 합병 추진의 목적으로 국내 조선사간 경쟁을 완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주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체제에서는 업체간 출혈경쟁과 중복투자 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구조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도 연초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은 단순히 기업간 합병이 아니라 조선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전세계 조선산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형화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고 경쟁력을 갖추려는 조선사들의 노력은 단발성이 아닌 추세가 됐다. 실제 중국의 경우 지난 2019년 11월 일찌감치 자국 1위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이 합병해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을 출범했다. 합병한 양사의 선박 건조량을 2018년 기준으로 단순합산하면 1041만톤에 달한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757만톤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일본도 작년 초 자국 최대 조산업체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합작회사인 일본 십야드(NSY·Nippon Ship Yard)를 출범했다. 일본 십야드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제외한 선박을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 연구설계, 계약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며 경쟁력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 조선업계가 자국업체간 활발한 인수합병(M&A)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간 합병 무산은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함께 중국, 싱가포르 등 후발주자들이 호시탐탐 세계 조선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양사의 합병은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조선 호황 도래에 단기 충격 적다" 예측도


일각에서는 이번 양사 합병 무산이 국내 조선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양사 합병 추진을 결정했던 당시에는 수주절벽과 장기간 불황 여파에 따른 국내 조선사간 출혈경쟁 해소가 시급했지만 작년부터 조선업 호황이 도래하면서 이러한 부담이 상당부분 완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작년 한 해 수주 총량은 1744만CGT로 2020년 대비 112% 대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수주 실적은 과거 2013년에 달성했던 1845만CGT 이후 8년 만의 최대치로 그간 침체됐던 국내 조선산업이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주요 조선 3사인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작년 한 해 수주 목표치를 모두 뛰어넘었다. 현대중공업 조선 3사(현대重, 현대미포, 현대삼호)는 작년 228억달러를 수주해 당초 목표수주액(149억달러)의 53%를 초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수주목표액 대비 각각 34%, 40% 수준을 높게 달성하며 수주경쟁력을 증명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국내 조선사들의 괄목할만한 수주 확대에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했던 이연 수요도 있었지만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선박과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선박 등에서 중국, 일본 등 쟁쟁한 경쟁국들을 밀어내고 수주를 석권한 부분이 결정적이었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 발주된 친환경선박 1709만CGT 중 64%에 해당하는 1088만CGT를 수주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 LNG추진선박 비중이 약 82.4%로 가장 높았고, LPG추진선박이 11.6%, 메타올(Methanol)추진선박이 4.5% 비중으로 뒤를 이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향후 전망도 밝다. 작년 9월 발간된 클락슨 조선시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와 노후 선박 교체 확대 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클락슨은 오는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1900여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해사기구는 현재 UN에서 해양규제 권한을 위임 받아 오염물질 저감, 선박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 규제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특히 선박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는 오는 2025년까지 2008년 대비 30% 이상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30년에는 40%, 2050년에는 70% 수준까지 단계적인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해상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계 선주들은 현재 사용 중인 중유를 대신해 친환경 LNG연료를 쓰는 선박 발주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친환경선박 발주 비중은 올해 32% 수준에서 2050년에는 1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부변수와 무관하게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선박에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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