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과 학동4구역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에 대해 경영자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특별시 용산구의 현대아이파크몰 9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유병규·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그는 "그동안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이파크 브랜드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2건의 사고로 무고한 시민이 다치는 등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겼다"며 "고객과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모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사고 발생 이튿날 광주 사고 현장에 내려가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등과 사고 수습방안,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16일 자택으로 돌아와 자신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한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된 정부 기관과 힘을 합쳐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피해자 가족에게 피해보상은 물론 입주예정자, 이해당사자 등에게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안전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키도록 광주 화정 현장에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전국에 있는 현장에 대한 안전과 품질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10년에 불과했던 안전보증기간을 30년까지 대폭 늘릴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안전문제로 발생하는 재산상의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지위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 입사 후 23년 동안 회사 발전과 고객, 국민의 신뢰를 지키려 노력했지만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돼서 마음이 아프다"며 "이 시간 이후 회장 직에서 물러나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지원과 노력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지주사 회장직과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그는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지금은 진행 중인 구조작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를 해결한 뒤 어떤 역할을 할지 심사숙고하고 밝히겠다. 지금은 대주주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책임 회피를 위한 회장직 사퇴가 아니냐는 비판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일 먼저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찾는 게 이 문제의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상황을 살펴볼 계획이다. 그는 향후 대책에 대해 "사고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게 대책이 될 것"이라며 "원인이 밝혀지면 심각성에 따라 수분양자에 대한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7일 만에 사과를 전했다. 사고 당일 현장에선 최상층인 39층 바닥을 콘크리트로 타설하는 중 23~34층 총 12개층의 외벽이 붕괴했다. 크레인이 무너지며 건물 외벽과 부딪힌 충격으로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