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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의 결단이 필요할 때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2022.01.19 08:17:16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10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HDC현대산업개발. 회사명에 현대가 들어가니 자연히 범현대가라는 사실을 알긴 하겠는데 이 회사 알고 보면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곳이다. 


시작은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를 분리해 설립한 한국도시개발이다. 당시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아파트 1~3차를 공사 중이던 상황에서 정주영 회장은 "국내 주택사업 하라고 현대건설 만든 게 아니다. 해외로 나가서 달러를 벌어오라"며 호통을 쳤다. 이후 압구정 현대아파트 4~14차 시공은 한국도시개발이 담당했다. 1986년에는 토목이 주력인 한라건설을 합병하면서 사명을 현대산업개발로 변경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배구조가 요동친 것은 1999년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구 회장의 소유였지만 장남에게 현대차를 물려주고 싶어 했던 정주영 회장의 말 한 마디에 동생 정세영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와 맞바꾸게 된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평생을 갖다 바친 현대차에서 쫓겨난 포니 정은 이후 경영에서 손을 떼고 아들 정몽규 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준다.


정몽규 회장 역시 현대차에 비하면 소규모에 불과한 현대산업개발 경영에 만족할리 없었겠지만 점차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중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짰다. 현대산업개발의 태생이 주택전문 건설사인 만큼, 해외사업과 플랜트사업으로 영역 확장을 시도할 만도 했지만 이를 최대한 억제했다.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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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략은 초기에는 그리 주효하지 않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호황이 불면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2016년까지만 해도 현대산업개발이 포함된 HDC그룹의 재계순위는 56위(자산 6조424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성장을 거듭하면서 2019년 33위(10조5970억원)에 이어 지난해 28위(13조5490억원)로 정점을 찍었다.


현대산업개발이 이처럼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은 선택과 집중뿐만 아니라 중요한 시기, 다소의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내린 결단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현대산업개발은 I TOWER(현재 강남파이낸스센터)를 신사옥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 그룹 전체가 휘청이던 시기, 현대산업개발은 고심 끝에 I TOWER를 매각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년 이상이 지난 2022년 위기는 또 다시 반복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화정현대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터진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에 가해지는 타격은 상당하다.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물론, 당분간 정비사업 수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수분양자 입주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과 재공사 가능성, 수주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장 사고에 이어 1년도 안 돼 두 번째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번째부터는 회사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정몽규 회장의 위기 인식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보증기간을 30년으로 늘리고 화정현대아이파크의 완전철거와 재시공도 고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정 회장이 물러난 직책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일뿐이고 여전히 그룹 회장직과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회사에서 받는 월급도 그대로이고 경영권도 변함이 없다. 완전철거와 재시공 역시 고려의 대상일뿐, 확정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과거 현대산업개발이 애지중지하던 I TOWER를 매각한 것처럼 뼈를 깎아내는 듯 한 희생이 필요하다. 명예직에 불과한 회장직을 내던진다고 여론이 바뀔 리 만무하다. 적어도 정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크나큰 책임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다시 복귀가 가능한 회장직을 운운할게 아니다.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직에서 사퇴해 당분간 경영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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