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카카오가 차기 단독 대표이사로서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내정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부터 올해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비판에 이르기까지 각종 논란에 휩싸여왔다. 이를 털어내면서 기술 기반 신사업과 해외사업 확대에 힘을 실을 사람으로서 남궁 내정자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20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단독 대표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남궁 내정자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카카오는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의 성공적 성장 경험을 쌓았고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카카오의 미래를 준비해왔다"며 "카카오톡 다음 단계의 비전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미래지향적 가치를 구현할 최적의 리더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남궁 내정자는 한게임 창립에 참여했고 NHN USA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역임했다. 2015년 카카오에 합류한 뒤 엔진과 다음게임의 합병으로 출범한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이사를 맡았다. 2021년 12월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담당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공동으로 수행해왔다.

카카오는 지난해 '문어발' 확장과 플랫폼 갑횡포 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김 의장이 국정감사 현장에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을 접고 글로벌 사업 비중을 높이겠다고 약속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여민수 현 공동대표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차기 공동대표로 결정해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류 내정자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기업공개(IPO) 1개월여 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얻은 회사 주식을 대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먹튀' 논란을 빚었다. 결국 류 내정자는 카카오 공동대표이사 후보자 자리에서 사퇴했다. 

그 뒤에도 카카오페이증권 직원 일부의 대규모 이직 논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의 스톡옵션 행사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최근에는 김 의장이 탈세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각종 문제 제기에 책임을 지고 여 대표도 물러나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의 기업 이미지를 일신하면서 사업구조 개편 역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남궁 내정자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가지고 ESG 경영에 전념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글로벌로 카카오의 무대를 확장하고 기술 기업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도 이날 카카오 임직원을 위해 올린 글에서 "카카오가 오랫동안 쌓아온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은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던 미래지향적 혁신, 지금의 카카오 규모에 요구되는 시스템 구현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 대표가 맡았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장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이사로 바뀐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공동체의 전략 방향을 조율·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면서 경영진과 임직원의 윤리의식 강화·리스크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적용하는 것도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