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접속 지연 등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증가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시설 투자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으나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거둔 이익과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KB·NH·대신·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금융·하나·키움·한국투자증권)의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630건으로 전년대비(374건) 68%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239건으로 전체 비중 37%를 차지했으며 하나금융투자(134건), 신한금융투자(96건), KB증권(41건)이 뒤를 이었다.
증권사들은 기업공개(IPO) 시장 호황, 공모주 투자 열풍 등 투자자 유입이 증가하면서 전산장애 관련 민원도 늘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IPO 시장규모는 20조4294억원으로 전년대비(4조7000억원) 334% 증가했다. SKIET(81조), SK바이오사이언스(63조) 등은 역대 청약 증거금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0년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이 지난해에도 이어지며 코스피는 13년 만에 3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신한금융투자는 아마존 웹서비스(AWS) 사용으로 동시접속자 1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강했으며 대신증권은 번호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서버접속 인원을 기존대비 80% 늘렸으며 NH투자증권은 IT 직군 공개채용 규모를 늘렸다. 이들은 시스템 정비, 정보통신(IT) 인력 충원 등 전산 운용비 규모를 늘려 대비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가 몰려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거둔 이익과 비교하면 전산시스템 정비 투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10개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전산 운용비는 3181억원으로 전년동기(2657억원)대비 19%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의 위탁·기업금융 부문 수수료 수익은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80% 늘었다. 이익보다 낮은 투자에 투자자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도 IPO 시장 호황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이 청약 증거금 114조원을 모으며 청약 증거금 순위 1위를 경신했고 케이옥션, 오토앤 등 중소형 IPO도 네 자릿수 경쟁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케이옥션 상장 당시 대표 주관사였던 신영증권 MTS는 30분가량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음날 한국투자증권 MTS도 일부 투자자들의 주식 잔고 조회가 되지 않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만일 주가변동이 심할 경우 피해 규모가 컸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몰려 전산장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해당 문제는 매년 부각되고 있다"며 "서버 증설, IT 인력 확충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 소극적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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