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가공 업체들이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 논란에 때아닌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원유가격 인상 체계 개편을 두고 정부와 낙농가간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향후 결과에 따라 원유가격 인상에 대한 불똥이 자신들에게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원유가격과 관련해 오는 10월부터 기존 '원유가격 연동제' 대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유 생산 지표와 물가상승률에 근거해 낙농진흥회 등에서 매년 결정되는 원유가격 연동제에 대한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수요와 공급불균형에 따라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우유는 물론 이를 원재료로 활용하는 제품들의 2차 가격인상까지 이어지자 정부가 칼을 빼든 셈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원유가격이 리터당 947원으로 종전보다 21원 인상되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물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 유가공 업체들은 우유제품에 이어 이를 활용하는 2차 업체들까지 제품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이른바 '밀크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를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쿼터제 기준 음용유는 리터당 1100원으로, 가공유는 이보다 인하된 800~900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낙농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존에는 쿼터제 기준 공통 원유가격(리터당 947원)에 인센티브(최대 157원)를 적용하면 용도 구분 없이 1104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보다 낮아진다는 내용이 골자다. 낙농가들은 해당 제도를 도입시 납유 중단까지 예고하면서 총 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낙농진흥회를 기존 이사회 개편차원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코자 했지만, 낙농가 반발로 제외한 것도 무관치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가공 업체들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업체별 공식입장을 자제하면서 추이를 면밀히 살피는 모양새다. 이들의 높아진 긴장감은 제품 가격조정과 밀접하다. 사실상 원유가격 인상을 앞세워 제품 가격인상을 단행했는데 상황에 따라 가격인하에 대한 부담감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부가 낙농가와 합의과정에 있지만 용도별 차등제가 소비자물가 안정화에 방점이 찍힌 만큼 추후 흰우유 등 제품을 취급하는 유가공업체 또한 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낙농업계 일각에서 소비자 물가 부담의 책임을 낙농가에 두는 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낙농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낙농가의 수취 가격은 거의 그대로지만 우유 소비자가격은 6.7%나 인상됐다"며 "물가 안정화 차원에서 낙농가보다 유업체들의 유통마진부터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된 점은 유업체 입장에서도 다행일 수 있다"며 "소위 차등제가 도입되더라도 인건비 등 제품가격조정에 대해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구조라 해당 이슈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