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LX세미콘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총 6056억원 규모다. 이는 전년동기(2514억원) 대비 140.8% 늘어난 수치다. 

현금 곳간이 두둑해진 까닭은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실제 LX세미콘은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4215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동기(829억원)와 비교하면 약 5배 넘게 급증했다. 

LX세미콘은 지난해 투자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무형자산 취득을 위한 투자현금흐름에만 전년동기대비 379% 증가한 3612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이는 현금유출이 급증했음에도 본업의 늘어난 수익성 덕분에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았다는 의미다.

NCF 급증은 LX세미콘 주력 제품인 DDI의 공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DDI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등의 수요 급증으로 품귀 현상이 이어졌다. 이로 인한 DDI 원가 상승으로 LX세미콘은 작년 연간 기준 19.5%의 영업이익률(전년대비 140.7%)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상태다. 

DDI 사업 호조에도 단일 사업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LX세미콘의 고민거리다. 현재 LX세미콘은 연간 매출의 90% 가량이 DDI에서 발생하고 있다. 신사업에 속하는 뉴세그먼트 부문 매출 비중은 10%미만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DDI 매출 비중은 76.8% 가량이었으나, 재작년엔 86.4%를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LX세미콘이 DDI 외에도 새 분야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최근 LX세미콘의 넉넉해진 현금 곳간은 올해 인수합병(M&A) 등 신사업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대대적인 인력 충원도 마친 상태다. 작년 LX세미콘의 총 직원수는 1285명으로, 이 중 880명이 연구개발(R&D)에 배치됐다. 2019~2020년 R&D 인력이 700명 초반 가량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공격적인 행보다. 

LX세미콘은 반도체 부문인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과 함께 실리콘카바이드(SiC)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상황이다. 이미 작년 10월 LG화학으로부터 일본 방열소재 업체 'FJ 컴포지트 머터리얼즈' 지분 30%를 인수해 전장 사업 토대를 마련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LG이노텍으로부터 60건의 특허도 양수했다. 전력반도체용 SiC 소자와 관련된 건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대를 위한 새 제품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디스플레이 부문 외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 기술력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은 향후 LX 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계열사 내 핵심 위치에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 중인 여러가지 신사업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어 회사 재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