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내달 상장폐지 될 예정인 엔에스쇼핑이 여전히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 일가의 현금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폐 결정이 난 이후에도 김 회장과 그의 아들 준영 씨 등이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조달한 것. 여기에 엔에스쇼핑은 상장폐지 후 하림지주의 완전자회사가 될 예정인 터라 오너일가에게 적잖은 현금을 쥐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담대로 오너일가 자금확보 동원

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김준영씨의 개인회사 올품은 지난 3일 산업은행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기간을 내년 2월 3월 까지 1년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준영씨는 엔에스쇼핑 주식 30만주(0.89%)를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올품은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엔에스쇼핑 주식 128만2490주(3.81%)를 맡기고 대구은행과 주식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했다.

작년 11월 21일에는 김홍국 회장이 한국증권금융과의 주식담보대출 기한을 1년 연장하면서 엔에스쇼핑 보유 지분 3.39%(114만3000주)를 담보로 맡겼다. 담보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차입한 금액은 모두 200억원(올품 130억원, 김 회장 70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주식담보계약은 모두 엔에스쇼핑의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후 갱신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하림 오너일가가 상폐 직전인 엔에스쇼핑를 활용, 저리로 현금을 확보했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들에 적용된 담보대출 금리는 올품의 경우 3.37%~4%, 김 회장은 2.97%로 당좌대출이자율(4.6%)보다 낮다.

올품과 김 회장의 담보는 엔에스쇼핑이 상장폐지 된 이후 새로 취득하는 하림지주 주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들은 하림지주와 엔에스쇼핑 간 주식이전계약에 따라 엔에스쇼핑 1주당 하림지주 1.4주를 새로 취득케 된다.

◆차·포 뗀 엔에스쇼핑, 배당증액 가능성

엔에스쇼핑은 추후 김 회장 일가의 간접적인 소득 증대에도 한몫 할 것으로 보여진다. 엔에스쇼핑은 내달 22일 상장폐지 된 후 하림지주의 완전자회사가 된다. 하림그룹 특수관계자 입장에선 과거 엔에스쇼핑 일반주주(약 33%)와 공유하던 자회사 배당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엔에스쇼핑의 배당여력이 추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하림지주 및 김홍국 회장 등이 누릴 배당 소득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엔에스쇼핑은 매년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을 맡은 자회사 하림산업과 글라이드 등에 수백액원의 현금을 수혈해준 탓에 좀처럼 배당을 늘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자회사는 연내 신설법인으로 분할된 후 하림지주에 합병될 예정인 터라 엔에스쇼핑 입장에선 새는 돈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재계는 이를 두고 김 회장 일가가 엔에스쇼핑 상장폐지로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조원 규모의 양재동사업이 하림지주 품에 안겼고 ▲엔에스쇼핑이 배당 확대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재미를 보는 동시에 이 회사 일반 주주들의 불만도 일부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엔에스쇼핑이 배당을 확대할 경우 김 회장 일가 뿐 아니라 일반주주들의 소득도 동반 증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림지주가 엔에스쇼핑 등으로부터 고액배당을 수령할 경우 주주들에게 쥐어 줄 배당 역시 확대된단 점에서다. 실제 하림지주는 엔에스쇼핑 합병 이후 주당 배당금을 기존 주당 50원인 배당금을 추후 500원으로 상향할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하림지주의 배당재원은 양재동 개발이익과 함께 자회사로부터 수령할 배당이 확대돼야 하는 만큼 엔에스쇼핑이 순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쓰지 않겠냐는 게 재계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