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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잔인한 CIR '이러다 다 죽어'
이규창 기자
2022.02.11 09:58:24
제조업 자동화보다 빠른 금융 디지털화···재교육 등 고용 유지 노력도 필요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0일 0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규창 기자] 흑사병(黑死病)은 중세 유럽인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 간 급성 전염병이다. 이 전염병은 5년 간 유럽의 생산가능인구를 급격히 줄였다. 한마디로 사람이 귀해진 것. 자연스럽게 임금 급등에 따른 봉건 영주의 파산, 인간 중심의 사고 확산에 따른 교회 권위의 쇠퇴 등이 발생했다. 땅과 종교로 사람을 속박했던 중세 봉건 질서는 서서히 무너졌다. 이러한 변화는 재생, 부흥을 뜻하는 르네상스의 기틀이 되기도 했다.


2년 넘게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석이 쏟아졌지만 눈에 띄는 전망 하나는 급격한 자동화다.


코로나19는 과거의 전염병과 달리 생산가능인구의 의미 있는 감소를 초래하지 않았다. 하지만, 팬데믹은 보호무역주의와 맞물려 생산기지의 자국화를 촉진시켰다. 생산기지 자국화는 곧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무작정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기업들은 근로자 수를 줄이기 위해 생산 자동화에 투자를 늘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결국,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던 개발도상국의 근로자나 생산기지의 자국화에도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 선진국 근로자 모두 팬데믹 이후에도 고통을 받게 된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20단계의 생산공정을 단 2~3단계로 줄이는 기술을 이미 오래 전부터 갖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과 현지 고용 창출을 위해 손을 대지 않았을 뿐.


금융회사의 '자동화'는 훨씬 빠르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근로자와 점포를 줄여왔다. 게다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빅테크들의 금융업 진출 등은 비대면 영업을 확대시켰다. 물론, 금융회사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외부 IT전문가를 적극 영입하는 등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는 등 내부 혁신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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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의 이러한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영업이익경비율(CIR : Cost-Income Ratio)이다. CIR은 총영업이익에서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경영효율성이나 생산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최근 수년 간 금융회사의 CIR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영업이익 자체가 늘고 디지털화에 따른 관리비용 감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판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줄어든 영향이 적잖다. 희망퇴직자가 갑자기 증가하면 퇴직금 등의 지출로 일시적으로 CIR이 껑충 뛰어오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 맏형의 CIR은 최근 수년 간 꾸준히 낮아져 40% 초중반대를 바라보고 있다. 


당분간 금융회사의 근로자 감소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재교육을 통한 전환배치 등 고용 유지 노력도 병행하지 않으면 어느 시점부터 금융을 찾는 고객수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한편으로 IT 분야 등의 고용을 창출해 노동시장 전체를 보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으나 금융회사를 떠난 근로자가 당장 재취업하기는 만만치 않다. 당분간 제조기업에 비해 훨씬 많은 퇴직금으로 버티겠지만.


1914년 헨리 포드는 포드사의 근로자의 임금을 동종 업계의 두 배로 인상했다. 이 '충격적인' 임금 상승은 포드사의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포드 자동차의 판매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자사의 근로자부터 살 수 있는 여력이 돼야 한다는 게 헨리 포드의 시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넉 달간 짐을 싼 국내 은행원 수가 5000여명이나 된다.  근로자도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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