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그동안 수차례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혔던 SK에코플랜트가 내부적으로 내년 상반기를 1차 목표 시한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존 상장 건설사의 몸값을 크게 상회하는 15조원의 몸값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이는 국내에 상장된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내년 6월을 목표로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연내 상장 주관사 선정과 함께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IPO 시기를 내년으로 잡은 것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현장 붕괴사고로 건설주들이 하락세를 보이는데다가 LG에너지솔루션의 IPO 이후 시장에 자금이 고갈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거치게 될 IPO 절차를 감안하면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IPO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눈길을 모으는 점은 SK에코플랜트 내부적으로 목표 기업가치를 15조원 수준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건설사 중 최대 몸값(17일 기준)을 자랑하는 현대건설(4조7048억원)과 GS건설(3조3719억원), 대우건설(2조3358억원), DL이앤씨(2조2456억원)를 모두 합친 금액(12조6591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건설업계에서 시공능력평가 기준 10위에 불과한 SK에코플랜트가 상위 2~5위 건설사의 몸값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한 것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건설사가 아닌 환경폐기물 업체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최창원 부회장 체제에서 최태원 회장 체제로 전환한 이후 플랜트사업 분할, 사명 변경에 이어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다. 

2020년에는 환경기업인 EMC홀딩스를 1조5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이메디원, 도시환경, 디디에스 등 총 9개의 폐기물업체를 인수했다. 올해도 에코메니지먼트코리아(EMK) 인수를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환경기업 인수에 2조원 가량을 투자한 SK에코플랜트는 올해부터 IPO 이전까지 추가로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는 최근 추진 중인 프리IPO를 통한 5000억원 조달도 포함돼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3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환경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것이 SK에코플랜트의 계획"이라며 "건설업으로는 더 이상 IPO가 쉽지 않다는 것이 내부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목받는 최근 흐름을 반영해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하고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SK에코플랜트의 이번 IPO 추진은 지난 2018년 이후 4년만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18년 상장주관사 선정을 앞두고 있었지만 라오스댐 붕괴사고로 수백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IPO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SK에코플랜트는 IPO 추진 일정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내년 IPO를 추진할 계획이긴 하지만 아직 IPO 주관사도 선정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목표 공모액과 일정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