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변화에 저항하면 도태되고 변화하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변화를 이용하면 리더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변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전통에 혁신을 더해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만들어가겠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새 수장이 된 배재규 대표가 22일 자신의 취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포부를 드러냈다. '한국 ETF(상장지수펀드)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배 대표는 전직인 삼성자산운용에서 21년을 보낸 뒤, 올해 한국투신운용의 CEO로 발탁됐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배 대표는 운용업계 전반의 시장 상황과 더불어 현재 구상 중인 한국투신운용의 미래 전략에 대한 밑그림을 공개했다.

배 대표는 "미공개 정보이용이 금지되고 인터넷 발달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축소돼 액티브로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려워짐에 따라 주력 운용 스타일은 패시브로 대세가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운용 보다는 상품 개발과 마케팅이 자산운용사의 핵심 역량이 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매매의 즉시성과 리얼타임 포트폴리오 공개, 자산배분의 효율적인 수단 등의 강점에 힘입어 ETF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급성장 중인 연금시장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연금 시장 규모는 445조원에 달한다"며 "연금시장에서는 TDF(타겟데이트펀드)와 같은 자산배분형 상품의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면 OCIO(외부위탁운용사업자)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리테일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는 이러한 자산운용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전통에서 혁신으로' 한국투신운용의 체질을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큰 기업'(Big Company)을 넘어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의 배 대표의 구상이다.

그는 "한국투신운용은 1974년 국내 최초의 투자신탁회사로 설립된 이래 수많은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간 전통과 관록의 운용사"라면서도 "새로운 시장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큰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고, 이를 위해선 ETF, TDF, OCIO에서 큰 폭의 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펀드에서 ETF로 비히클(투자수탄) 확장 ▲타깃 고객을 기관에서 리테일로 확장 전환 ▲TDF를 비롯한 연금펀드의 경쟁력 향상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OCIO비즈니스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대비하기 위한 조직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더불어 고객에게 개별 상품만을 제시하는 '펀드 공급자'가 아닌 고객의 투자 목적 달성을 위한 '솔루션 공급자'가 되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또한 바람직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투자가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배 대표는 "과거 액티브 위주의 운용시장에서 패시브 운용을 들고 나와 변화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며 "이제는 국내 최고의 역사와 최고의 인력을 가진 조직에 저의 변화에 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결합해 다시 최고의 회사를 만들고자 한투운용에 왔다"며 "전통에 혁신을 더하고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한투운용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