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사조산업과 소액주주 간의 갈등이 쉬이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연초부터 배당, 주주권 행사 등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내달 24일 개최될 사조산업 정기주주총회에는 배당과 관련된 두 개의 안건이 상정됐다. 사측과 사조산업소액주주연대(주주연대)가 각기 다른 배당안을 올린 것.
우선 사조산업 이사회안을 보면 2021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300원, 총 15억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주당 배당금은 50%, 총액은 51.4% 늘었다. 지난해 9월 주주연대와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나름대로 주주환원에 신경 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주주연대는 사조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만큼 상향된 주당 1500원(총액 75억원)을 배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자신들이 요구한 배당을 실시해도 사조산업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사조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전년보다 361.9%나 급증한 53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사측의 계획대로 주당 300원을 배당할 경우 배당성향은 2.8%, 시가배당율은 0.6%에 불과하다. 아울러 주당 1500원을 줘도 배당성향은 14% 수준으로 2020년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39.5%)과 시가배당율(2.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 고위 관계자는 "소액주주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는 있다"면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관련된 투자가 집행돼야 하는 데다 노후 선박 교체도 염두에 둬야 하는 터라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주주환원에 쓰는 덴 부담이 있고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배당금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주연대는 과소 배당과 함께 사측이 전자투표제 도입 요구를 묵살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전자투표는 최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도다. 한국 기업의 정기주총은 특정일에 쏠리는 경향(슈퍼 주총데이)을 보이는 데다 전자투표제 없이 표대결을 벌일 경우 주총시간이 늘어져 주주권 행사에 걸림돌이 되는 까닭이다.
예컨대 작년 9월 오너일가의 비위행위·주주가치 제고 미흡 등으로 벌어진 사조산업 경영권 분쟁에서는 표를 수기 개표하느라 9시에 시작된 임시주총이 8시간이나 소요되기도 했다.
재계는 사조산업의 배당과 전자투표제 미도입이 주주연대와의 분쟁의 불씨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3월 정기주총에서는 회사 지분 57%를 소유한 그룹 측의 의도대로 표결이 나겠지만, 추후 '3%룰' 도입과 관련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시에는 승패를 장담하지 못 한다는 점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조산업의 설비투자(CAPEX)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 확대 폭이 다소 작은 감이 있다"며 "주주환원책에 대한 회사 경영진과 주주 간 이견이 큰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소액주주들의 압박이 지속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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