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10년 뒤 다가올 다음 화폐전쟁에서는 디지털 본위제를 중심으로 한 금융개혁이 일어날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빅테크 파이낸스, 블록체인과 더불어 '화폐전쟁 3.0'의 3대 키워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열린 '2022 팍스넷뉴스 금융포럼 '에 참석해 "우리는 신본위제 구축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며 "디지털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로 대변되는 새로운 금융제도의 핵심은 CBDC를 통한 금융개혁, 빅테크 파이낸스가 이뤄낼 포용금융,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세대 화폐전쟁의 핵심은 지난 100년간 이어져온 기축통화 역사에서 만성화된 금융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새로운 네트워크와 탈중앙화 금융을 내세운 크립토커런시(암호화폐) 역시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발생한 신본위제의 일부라는 게 임 이코노미스트의 의견이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 역시 디지털 금융 시스템 강화의 일환으로 CBDC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CBDC란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디지털 화폐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다르게 통화가치와 연동돼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CBDC 사례는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DCEP)이다. DECP는 카카오페이 등 민간 지급 결제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별도의 충전 과정 없이도 송금이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망에 연결돼있지 않아도 구동에 문제가 없다. 이에 외진 산간 지역을 포함해 넓은 국토를 보유한 중국에서는 DECP 발행으로 ▲지불 및 청산 ▲비용 ▲운영체제 ▲통화정책을 아우르는 다방면의 이점을 얻게 될 것으로 전해진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접어들면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디지털화폐를 활용하자는 얘기가 나왔었다"며 "과거 CBDC에서 부정적이었던 많은 국가들이 최근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크 카니(Mark Carney) 전 영란은행 총재는 합성패권통화(Synthetic Hegempny Currency)를 제안하면서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달러에 대응하는 유럽 중심의 기축통화를 구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전통 금융의 개혁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핀테크(금융+기술)'라는 2가지 축을 중심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22년 세계경제 대전망'을 통해 차세대 화폐전쟁의 시발점은 암호화폐에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국 규제로 암호화폐 역시 탈중앙화라는 취지와 맞지 않게 길들여지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들의 CBDC 개발에 따라 기술기업과 중앙은행 사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최근 블록체인 내부에서도 결제실용성을 위해서는 안정성이 담보돼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 체계가 등장했다"면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제도(KYC) 등 제도화 움직임에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