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VC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진기업은 자회사 나눔로또의 자산을 출자해 VC '스프링벤처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나눔로또는 유진기업이 복권사업 진출을 위해 2007년 설립한 회사로 10년 간 복권수탁사업을 운영해왔다. 2018년 말 복권수탁사업자 입찰에 실패하며 사실상 유령회사가 됐다. 업계에서는 유진그룹이 개점휴업 상태인 나눔로또의 자산을 바탕으로 VC 사업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그룹 측은 이날 스프링벤처스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3월 중순쯤에는 인허가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스프링벤처스의 출범은 관계사인 유진투자증권과의 협업 가능성으로 인해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미 거대 금융그룹 내에서 계열사ㆍ관계사로 연결된 증권사-자산운용사-VC기업 간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유진그룹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미래에셋벤처투자 △케이비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 등 적지 않은 창업투자회사들이 그룹 내 증권사와 계열사ㆍ관계사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증권사와 연결성을 가진 VC기업이라 할지라도 리스크가 높은 VC투자의 특성상 호실적과 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양상이기는 하다. 실제로 2020년 기준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가 각각 349억원, 284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둔 반면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신한벤처투자는 각각 34억원, 8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대체적으로 증권사-VC기업이 물적 연결부터 지식적인 공유까지 다방면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통한 물적 연결성까지 가지는 '지주체제'는 물론이고, 표면적으로 각자도생을 추구하는 '전문경영인체제'에서도 상호 전문분야에 관한 자문을 요청하는 등 지식공유 형태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한국투자파트너스)를, 후자는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벤처를 꼽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호출자금지제도와 신규순환출자금지제도에 의해 순환출자가 금지되는 대상은 자산 총액의 합계액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공시인 작년 3분기 기준 총자산이 9조4811억원으로 이론상 스프링벤처스와 순환출자를 통한 긴밀한 연결도 가능하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 투자의 영역에서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기업금융 전반에 걸쳐 각자의 전문지식을 보유한 집단이 상호 협업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경쟁사 대비 큰 강점을 지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진그룹은 현재 스프링벤처스에 대한 사업자 검토와 경영진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당장은 사업구상에 관해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며 "3월 인허가가 나고 경영진이 전면에 등장할 수 있게 되면 구체적인 내용들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